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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19.07.17 [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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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귀한 승화’ “문학의 영역을 음악으로”
<女 流 隨 筆> ‘내가 사랑하는 트로이메라이'
 
수필가 이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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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자 길을 걸을 때 문득 내 등을 두드리며 다가 올 것 같은데······. 정녕 ‘트로이메라이’란가!
 
음악에도 영혼이 있나보다. 낯선 동네 막다른 골목을 서성대다 길을 잃고 헤맬 때가 있다. 방위를 잃고 어리둥절할 때 기억의 회로에서 불이 켜지며 들려오는 노래.

마음의 행로에 환하게 빛이 열리는 소리. 보도블록 틈새 비죽 고개를 내밀던 민들레처럼 반가이 웃으며 들려오는 그 멜로디. 나는 잠시 멈춰 서서 귀를 기울인다.

빨간 꼬마전구가 켜진 턴테이블이 느릿느릿 돌아간다. 원을 그리며 흐르는 LP판에서 흘러내리는 낮은 첼로 음. 어렵사리 구한 낭만주의 대표 음악가들의 오리지널 레코드판을 걸어놓고 음악에 심취했었던 젊은 시절이 마치 어제 일인 듯 떠오른다. 

로베르트 슈만의 트로이메라이(Traumerei)가 흐른다. 아이스크림처럼 부드럽고 달콤하다. 

스승의 딸을 사랑한 슈만. 촉망받는 피아니스트인 딸을 가난한 무명의 작곡가에게 결코 줄 수 없다는 스승의 완강한 반대에 결국은 법정소송으로 까지 이어진다. 슈만과 클라라의 결합은 출발부터가 엄청난 시련이었다. 

슈만은 일생동안 음악만 큼이나 문학에도 심취했으며, 한때는 적잖은 시를 쓰기도 했던 시인이었다. 슈만은 문학이 표현하는 영혼의 세계를 음악 화 하려 했다.

낭만주의 음악의 특징 중의 하나는 문학의 영역을 음악으로 표현한다는 것이다. 서로 다른 표현 영역을 넘나들면서 예리한 감성으로 시의 분위기를 노래에 담아내기도 했던 슈만.

두 개의 연가곡집 ‘시인의 사랑’에서의 시인은 슈만 자신이다. 하이네의 시에 음악의 옷을 입혀 새로운 혼을 불어 넣은 슈만. 사랑했던 여인과의 이별의 아픔을 그린 슈만은 결국 빛나는 사랑을 가슴에 안게 되고 그 절절했던 마음을 음악적 표현으로 나타내기도 했다.

사랑의 기쁨이 충만했던 날들의 슈만과 클라라. 사랑하는 여인을 위한 단하나의 부르짖음은 이렇듯 아름다운 연가곡으로 다시 태어나기도 했다.

 
▲ 하이네의 시에 음악의 옷을 입혀 새로운 혼을 불어 넣은 슈만. 사랑했던 여인과의 이별의 아픔을 그린 슈만은 결국 빛나는 사랑을 가슴에 안게 되고…. 
 
사랑은 묘한 순환의 고리를 가지는 것인가. 스승의 딸을 사랑한 슈만과 스승의 아내를 사랑한 브람스 이들의 사랑은 수많은 세월을 뛰어넘어 아직도 사랑 하나에 사랑하고자 하는 모든 이들의 가슴에 작은 숨결로 다시 놓이게 된다.
 
“그대는 영원히 잠들었네, 나에게는 모든 것이 허사가 되었네. 나는 단지 옛날의 회상을 그리며 산다. 첫사랑의 회상을….” 

슬픔과 고독, 그리움은 슈만과 브람스의 음악에 살아 움직이고 있다. 불타는 열정이 예술적 영감으로 더 깊이 있는 사랑의 위대함으로. 

트로이메라이는 1838년 작곡된 총 13곡의 피아노 소곡이며 이중 7번째에 해당하는 곡이다. 어린 날에 대한 동경을 담은 곡들이다.

트로이메라이가 들어있는 피아노 모음곡 <어린이 정경>은 28세의 슈만이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쓴 아름다운 곡들이다. 제목만 읽고도 어떤 아름다운 상상의 이야기가 숨겨져 있을 것 같은 묘한 호기심에 사로잡힌다. 

1곡 ‘낯선 나라 낯선 사람들’ 2곡 ’신기한 이야기‘ 3곡 ‘술래잡기’ 4곡’보채는 아이‘ 5곡 ‘완전한 행복’ 6곡 ‘중요한 사건’ 7곡 ’트로이메라이(꿈)‘ 8곡 ‘화롯가’ 9곡‘목마 탄 기사’ 10곡 ’너무 진지한‘ 11곡 ’놀램‘ 12곡 ’잠이 드는 아이‘ 13곡 ’시인이 말한다’. 

어느 음악비평가는 슈만의 음악은 슈만의 맨 정신을 깎아 먹으며 영롱하게 빛났다고 말한다. 어쩌면 그 말은 슈만은 음악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육체가 그의 정신을 놓쳐버렸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트로이메라이는 노년에 아이 적 일을 회상하며 아이의 마음으로 듣는 음악이라고 한다. 

한 평생을 흔들리지 않고 같은 길을 가며 서로의 동반자가 되어준 로베르트 슈만과 클라라. 묵묵히 스승의 아내를 사랑하며 지켜준 요하네스 브람스, 아가페 적인 숭고한 사랑 앞에 성호를 긋고 싶다.

아득히 기억할 수도 없는 시간의 우듬지에 서면 비릿한 해초냄새가 묻어난다. 긴 머리카락을 해풍에 나부끼며 모래사장을 걸어가는 젊은 날의 내가 보인다. 어느 날부터 지독하게 트로이메라이를 그리워하고 있는 또 다른 나의 모습이.

혼자 길을 걸을 때 문득 내 등을 두드리며 다가 올 것 같은데······. 

정녕 ‘트로이메라이’란가!



▽ 이현실 프로필

시인 수필가
한국예총 월간 예술세계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
수필집 <꿈꾸는 몽당연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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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0/05/22 [01:04]  최종편집: ⓒ 해피! 우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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