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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19.07.17 [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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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精神的 ‘快樂의 환희’로의 전환점”
<女 流 隨 筆>수필가 유영희 ‘완경기(完經期)를 맞으며’
 
수필가 유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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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다섯 살, 첫 생리를 맞으며 무슨 생각을 하였던가? 새로운 성장을 시작하며, 여성으로서 준비가 전혀 없었다는 것이 그 시절의 정확한 나였던 것 같다. 준비 없이 덜컥 여성이 되어 준비 없는 성장을 하고 준비 없는 결혼과 준비 없는 부모가 되었다. 그리고 지금은 준비 없는 갱년기에 발을 들여 놓았다.

원래 감정의 기복이 심한 편이었다. 하늘을 오를 듯 맑은 기분 상태가, 어느 날 바닥으로 떨어지면 감당해 내기가 버거울 정도였다. 그나마 아픈 몸으로 살다보니 내면에서 일어나는 감정의 변화를 겉으로 드러내는 것에 소심해져 속병은 더욱 깊어만 갔다.

그러다 글을 통하여 그 힘든 과정을 털어놓는 작업을 하게 되었다. 호흡과 다름없는 글쓰기를 하면서 마음을 추스르며 몇 년을 살아왔지 싶다. 여성이 지닌 세밀한 감성을 죽인 아슬아슬한 고백의 연속이었다고나 할까?

요즘 들어 느닷없이 감정 조절이 영 힘이 든다. 사소한 일에도 서운함을 감추지 못하고 때 없이 상실된 삶의 의미를 찾아 밤을 새운다. 아무도 쫓는 이가 없는데 혼자 달음질을 하며 숨이 가쁘고 살아갈 날들에 대해 희망이 흐릿해진다.

왜 일까? 무슨 변화가 내게 찾아 온 것일까? 규칙적이던 생리가 언제부턴가 불규칙으로 변하고, 그걸 두고 인생의 선배들은 내게 폐경기에 접어들었다며 웃었다. 지금 찾아 온 우울은 바야흐로 갱년기 우울증의 시초라는 말에 나는 강한 거부감을 표시하였다.

▲ 열다섯 살, 첫 생리를 맞으며 무슨 생각을 하였던가?
친구가 뮤지컬 티켓을 선물해 주어 관람을 하였다. 무슨 내용의 뮤지컬인지도 모르고 찾았던 공연장에서 내 또래의 여성관객이 주를 이루는 것에 놀랐다. 공연이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자칫 울음을 터트릴 뻔하였다. 갱년기를 사는 중년 여성의 이야기가 적나라하게 펼쳐지고 있었다.

감정의 변화, 신체적인 변화, 성적인 변화 등 현재 내가 겪고 있으며 탈출구를 찾지 못해 허둥대는 이야기들. 웃음과 더불어 전개되는 뮤지컬은 갱년기를 사는 모든 여성의 입을 대신하고 있었다.

드러내지 못하고 속으로 앓아야만 했던 여성의 성적인 변화를 무대에서 과감히 드러내는데, 글쟁이가 이를 피해서는 안 된다는 사명감과 스스로의 발전을 위해 정면 돌파를 작정하게 되었다.

돌아서면 좀전의 일을 까맣게 잊어버리는 건망증이며 갱년기 열로 힘들어하는 여성들. 축 쳐진 살들로 몸의 아름다운 곡선은 다 사라지고, 성적인 매력도 상실되어 더 이상 여성의 육체로서 대우받지 못한 채 여자 아닌 여자로 살아야 하는 아픔.

이 모든 것들은 갱년기를 맞은 여성들에게 우울을 넘어 삶에 대한 회의와 절망에까지 이르게 한다. 30년 이상 한 달에 한 번씩 생리라는 곤혹을 치르며 인류 번영에 이바지 했건만 그 짐으로부터 놓여나는 과정에서 사회적으로 개인적으로 받는 대가는 너무나 혹독하다.

완강한 거부를 접고 스스로를 인정했다. ‘나는 지금 갱년기를 맞았다.’라고……. 그리고 지금껏 지녔던 인식을 바꾸기로 하였다. 우리는 폐경기[閉經期]를 맞은 것이 아니고, 바야흐로 완경기(完經期)에 접어들었음을 공고하는 것이다.

해산의 고통 속에서 출산의 환희를 맛보았고, 한 남자의 아내로서 역할도 충실히 감당하였다. 그 세월동안 여성이지만 독립적인 개체가 아닌 누구의 엄마와 누구의 아내로만 살아왔음을 부인할 수가 없다.

그 정도면 여성으로서 해야 되는 역할을 충분히 감당했다고 말해도 좋을 나이이다. 그런데 정작 내가 누군가를 필요로 하는 시기에 자녀들은 어미의 손을 더 이상 필요로 하지 않고, 갱년기라는 새로운 성장을 맞으며 외로움에 치를 떨고 있다.

과거를 디딤돌 삼아 우리는 가장 아름다운 여성으로 거듭 날 것이다.
이제는 독립된 개체로 살아가는 길을 찾아야 할 때이다. 사랑에 목매는 삶도 아니고, 자녀 양육을 위해 나를 부인하는 삶도 아닌, 독립된 ‘나’를 발전시키기 위해 일어설 때이다.

생각해 보라. 여성이 한 달에 한 번씩 생리를 치를 때마다, 정신과 육체는 얼마나 많은 제약을 받았었던가? 이제 그 짐이 벗겨지는 마당에 폐경이라는 순리 앞에서 지금껏 여자로 살아온 공로를 무(無)로 돌리기는 것은 너무 어리석지 않은가. 

아무런 준비도 없이 초경(初經)을 맞아 여성이 지닌 매력을 생각 없이 발산하며 살아온 게 지난날의 삶이었다. 하지만 다가오는 폐경은 지금껏 겪어온 모든 고충들을 경험삼아 잘 발효되고 숙성된 여성으로 살아갈 전환점으로 삼을 것이다.

수동적인 자세로 누군가의 손길을 기다리는 삶이 아닌, 필요한 곳에 내 손길을 내밀어 주는 능동적인 삶으로 전향해야 할 때이다. 감각적인 사랑에 목숨을 거는 몸이 아닌, 극도로 깊어진 정신세계에서 열정적인 사랑을 추구할 일이다.

나는 완경기의 여성이다. ‘내’가 아닌 ‘너’를 이루기 위해 흔들리며 불안정한 삶을 살아온 과거에서 탈피하여, 여성으로서 원숙미를 드러낼 수 있는 완경기이다. 과거를 디딤돌 삼아 우리는 가장 아름다운 여성으로 거듭 날 것이다. 필요한 지식을 습득하기를 게을리 하지 않을 것이며, 지난 날 말하기를 주저하던 부분들에 대해서도 과감히 입을 열을 것이다.

앞뒤 없이 추하게 떠드는 것이 아니고 조용히 입을 다물되 필요한 이야기를 짚을 수 있는 멋스런 여성으로 변모할 것이다. 지금껏 생활에 밀려 느끼지 못했던 정서들을 가슴으로 음미해 볼 것이다. 살아온 연륜이 헛되지 않도록 넉넉한 마음으로 세상을 보듬으려 노력하리라. 건설적이고 생산적인 나를 완성하기 위해 아낌없는 투자를 할 것이다.

삶을 지금껏 일종의 전쟁터로 봤다면 이제는 놀이터로 바라 볼 일이다. 놀이는 곧 창조라 하지 않은가? 현실 원칙의 지배에 매여 반복만 이어지던 일상의 권태에서, 우리는 쾌락 원칙의 지배를 위해 일탈을 준비할 것이다.

쾌락이나 일탈이란 단어에 눈살을 찡그려서는 안 된다. 자유정신을 가지고 삶을 즐기는 놀이가 바로 쾌락이며 권태로움을 쇄신하는 일탈이다. 좋은 단어에 색안경을 쓴다는 것은 스스로의 삶을 돌아봐야 할 문제일 것이다.

훗날 노년의 내가 얼마나 아름다운 여성으로 변모해 있을지 기대를 권하는 바이다. 꽃이 가장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절정이 어느 때인지 완경기를 거친 여성을 통해서  알게 되리라.

 
◇ 수필가 유영희는

'전북여성장애인연대 대표'
'수필과 비평' 등단
전북문인협회 회원
행촌수필문학회 회원
장애인문학상 대상
제1회 우리가족 이야기 최우수상
隨筆集 '남편의 외박을 준비하는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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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0/05/22 [00:53]  최종편집: ⓒ 해피! 우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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