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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19.10.20 [15:19]
인권·이혼 > 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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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깨 ․어 ․있 ․으 ․라 ․고, 댕, 댕, 댕…….’
‘물고기, 날다’
 
수필가 이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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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가 날기만을 고대했다. 온 마음을 다하여 신호를 보내지만 도통 답이 없다. 모빌인 양 시체놀이 하는 듯 꼼짝 않는 작은 쇠붙이 종이다. 내가 원하는 울림을 누리려면 천장에 매달린 물고기가 날아야만 한다. 가끔 불던 바람도 들지 않는다. 급한 성미는 창으로 달려가 성난 콰지모도처럼 풍경을 마구 흔들어댄다. 정녕 이 소리는 아니다. 
  
밤낮, 창문을 열어둔 채로 녀석이 울리기만을 기다렸다. 노상 그곳으로 시선이 갔다. 자리를 떠나서도 두 귀만은 쫑긋 열어두었다. 하지만, 덕장의 물고기처럼 그 어떤 움직임도 나에게 보여주지 않는다. 아무래도 녀석이 바람을 기다리듯 내게도 은근과 끈기를 요구하는가 보다. 

달밤에 고즈넉한 침묵을 깨뜨리며 깊고 은은하게 퍼지는 풍경소리. 녀석의 청아한 울림이 좋아 데려온 것이다. 그 투명한 울림은 마치 그의 본향인 산사로 날 인도하는 것 같다.

찌든 일상에서 멀어져 홀로 되어 고요하고 아늑한 순간을 맞이한다. 고독으로 나를 반추하는 시간이다. 비로소 메마른 글 밭에 시심이 찾아들고, 급물살의 물꼬를 트지 못하던 마음결도 민무늬를 그리며 고요해진다. 

어떤 이는 풍경을 문지기로 사용한단다. 손님의 출입 여부의 기물쯤으로 전락할까 봐, 난 애초부터 ‘산사의 청아한 울림’을 강조하였다. 또 물고기가 노니는 곳이라면 물속이지 않던가. 그래서 풍경을 화재예방으로 걸어두는 이도 있단다. 그 어떤 의미든 나랑 상관없다. 그저 청아한 풍경소리를 기대하며 한 눈에 들어오는 거실 창에 매단 것이다. 

 
▲ 밤낮, 창문을 열어둔 채로 녀석이 울리기만을 기다렸다. 노상 그곳으로 시선이 갔다. 자리를 떠나서도 두 귀만은 쫑긋 열어두었다.
 

얼마 전 법주사에서 비슷한 녀석을 만났다. 덩치 큰 목어(木魚)였다. 여느 산사든 부처님을 모신 곳이라면 존재하는가보다. 여의주를 문 아가미는 용의 머리 형상이나 몸통에 달린 지느러미와 꼬리는 물고기의 형상이다.

나무를 깎은 큰 잉어모양에 속을 비워 배 부분 안쪽의 양 벽을 나무 막대기로 두드려 소리 나게 하는 불사(佛事) 중 하나라는데. 아쉽게도 그때를 맞추지 못하여 한 번도 목어의 소릴 들어본 적 없다.

그런데 왜 하필 물고기의 형상인가? 본디 불가에선 비린 것을 좋아하지 않는 걸로 알고 있다. 처마에 매달린 풍경의 추에 달린 모형도, 거대한 목어도 물고기의 형상이 아닌가.

몸빛 또한 총천연색이다. 산사의 단청과 흡사하거나 쌍계사 목어처럼 화려한 빛깔도 있다. 그래서 더욱 목어가 한눈에 들어온다. 누구처럼 단박에 튀고 싶어서인가. 그 연유를 물어보고 찾아보니, 믿거나 말거나 한 재미난 설이 전해지고 있다. 

산사에 배우라는 도(道)는 멀리하고 스승의 가르침을 외면한 채 망나니짓을 일삼던 유독 튀는 제자가 있었다. 그가 몹쓸 병에 걸려 죽어 다음 생에 업보로 물고기로 태어난 것이다. 그러나 등에는 커다란 나무가 솟아 헤엄치기 어려울뿐더러 바람이 불어 물결이 칠 때면, 그 나무가 흔들려 말로 다 할 수 없는 고통 속에 빠졌다. 

그를 보다 못한 스승은 수륙제(水陸濟)를 베풀어 물고기의 몸에서 구제해 준다. 제자는 참다운 발심으로 바르게 정진할 것을 다짐하며, 자신의 등에 난 나무를 베어 물고기의 형상을 만들어 막대로 쳐주기를 청한다.

그게 바로 ‘목어’이다. 밤낮으로 눈을 감지 않고 움직이는 물고기처럼 수행자로 하여금 잠을 멀리하고 수도하라는 것, 목어는 늘 깨어 있으라는 의미가 있었다.  

불교 의식에서 빈번하게 사용되는 ‘목탁’ 또한 목어에서 유래한 것이라 한다. 가만히 살펴보면 ‘목탁’ 역시 목어의 형상이다. 다만, 크고 긴 모습이 아닌 짧고 둥근 형태로 손잡이를 만들어 사용되었을 뿐이다. 

 

▲ 풍경이 울리든 울리지 않든, 그곳에 달린 것만으로 진정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물고기의 사실적인 모습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그러나 목탁을 두드려 어둡고 혼미한 정신상태의 영혼을 구도하는 그 의미는 같지 않은가. 

내가 흔들어 대던 풍경 또한 ‘목어’와 ‘목탁’이 내포한 의미와 다르지 않다. 나는 보기 좋고 듣기 좋은 장식쯤으로 풍경을 걸어두었다. 상점에 걸린 풍경과 무엇이 다르랴. 그 물고기의 형상에는 ‘깨우침’이란 깊은 진리를 품고 있었던 것이다.

그저 물고기가 비상하여 은은한 소리가 울려 퍼지길 바랐던 나다. 그 의미를 멀리한 내 좁아진 소견을 탓해본다. 정녕 어떤 대상에서든 호기심과 의문을 되묻는 아이의 마음으로 다가갈 일이다. 좀 더 진리의 눈이 깊어지길 바랄 뿐이다.
 
아이들이 커갈수록, 자기만의 공간을 요구하며 간섭받길 원하지 않는 것 같다. 이게 바로 세대차이인가. 돌아보니 직장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임원이 되고 보니 직원들이 예전처럼 허물없이 말을 터놓지 않는 분위기다. 보이지 않는 벽이 쌓아지는 느낌을 버릴 수가 없다.

혹여 바쁘다는 핑계로 내 위주의 삶을 살진 않았는지 돌아볼 일이다. 먹은 나이만큼, 직급만큼 신경을 써야 하는가보다. 스스럼없이 다가가기 위한 두 배의 노력이 필요할 성싶다. 

풍경이 울리든 울리지 않든, 그곳에 달린 것만으로 진정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마주하면 무시로 들끓던 가슴을 진정시켜준다. 서로의 의견이 대립하여 고민할 때도, 직장에서 풀리지 않는 과제를 끌어안고 고심하며 서성일 때도 풍경은 무심히 바라봐주었다. 

가끔 풍경이 울리면 방문을 닫고 자신의 일에 열중하던 아이들이 방문을 열고 나오고, 말없이 먼 산을 바라보던 시어머니도 소리가 좋다고 내게 말문을 여신다. 우리 집에서 풍경소리는 단절된 벽을 통과해 닫힌 마음을 여는 소통의 도구인 셈이다. 

더 이상 물고기가 날기만을 고대하진 않는다. 바람을 기다리지도 않는다. 내 마음에 풍경을 달았기 때문이다. 녀석이 유영하는 곳이 내 마음속, 깊으면 깊을수록 삶의 물결도 요동이 크지 않는 법이라 했던가. 삿된 생각이 들새라 마음의 경종을 울린다. ‘늘 ․ 깨 ․ 어 ․ 있 ․ 으 ․ 라 ․ 고, 댕, 댕, 댕…….’



▽ 이은희 프로필

충북 청주출생, 충북대경영대학원졸업
2004년 월간문학 등단
2004년 제7회 동서커피문학상 대상 수상
2007년 제13회 제물포수필문학상 수상
저서로, 2005년 『검댕이』, 2007년 『망새』수필집 출간
한국문인협회, 청주문인협회, 충북수필문학회, 제물포수필문학회, 충북여성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 중부매일신문 <에세이 뜨락> 연재 중.
현재 (주)대원 관리이사로 재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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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0/05/22 [00:30]  최종편집: ⓒ 해피! 우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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