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내신을 위해 친구에게 노트 한장 빌려주기 꺼리고
팀프로젝트조차 개인 성과만을 걱정 ‘우리 교육 현주소’
AI시대를 맞아 더욱 절실해지는 것은 ‘협력과 공감능력’
인성교육 ‘가정과 학교, 사회가’ 함께 책임져야 할 과제
우리는 흔히 "저 애 인간성이 못돼먹었다"는 말을 쉽게 한다. 그 말속의 '인간성'이 바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인성'이다. 로버트 풀검의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는 책이 전하는 메시지는 그래서 더욱 의미심장하다.
'편식하지 마라', '거짓말하지 마라', '내 것이 아니면 가지지 마라' 등 70여 가지의 일화를 통해 그가 전하고자 한 것은 결국 인생의 가장 기본적인 가치들이었다.
특히 그의 책에서 '소리지르기'에 관한 일화는 우리 교육 현장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남태평양의 한 부족은 도끼로도 벨 수 없는 거대한 나무를 쓰러뜨리는 독특한 방식을 가지고 있다. 30일 동안 나무를 향해 끊임없이 소리를 지르면 나무가 결국 죽어 쓰러진다는 것이다.
이는 분노와 폭력적인 언어가 어떻게 타인의 영혼을 서서히 파괴하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매일같이 반복되는 부모의 꾸짖음과 교사의 질책이 아이들의 마음에 어떤 상처를 남기는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우리는 유치원에서 이미 삶의 가장 기본적인 소양을 배웠다. 그런데 왜 성인이 된 지금, 그것들을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는 것일까? 그 이유는 유치원을 벗어나면서부터 시작된 무한 경쟁 사회에 있다. 좋은 내신을 위해 옆 친구에게 노트 한 장 빌려주기를 꺼리고, 팀 프로젝트에서조차 개인의 성과만을 걱정하는 모습이 우리 교육의 현주소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2014년 세계 최초로 제정된 '인성교육진흥법'이 의도와는 달리 또 다른 형태의 경쟁을 낳았다는 점이다. 대학의 인성면접, 기업의 직무인성평가는 어느새 새로운 사교육 시장을 만들어냈다. 진정한 인성은 사라지고, 포장된 인성만이 득세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우리나라 교육의 또 다른 심각한 문제는 '공부 지상주의'다. 아이가 어릴 때부터 '공부'라는 이름 아래 모든 것이 정당화된다. 방 청소나 집안일을 도울 기회조차 "너는 가서 공부나 해!"라는 말로 차단당한다.
AI시대를 맞아 더욱 절실해지는 것은 협력과 공감능력이다. "혼자 가면 빨리 가고 함께 가면 멀리 간다"는 아프리카 속담처럼, 미래사회는 융복합 감성 소통의 시대다. <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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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우리는 집안 청소, 밥짓기, 물동이 나르기, 가축 돌보기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책임감과 협동심을 배웠다. 하지만 지금의 아이들은 이런 경험조차 박탈당한 채 오직 공부만을 강요받고 있다.
AI 시대를 맞아 더욱 절실해지는 것은 협력과 공감능력이다. "혼자 가면 빨리 가고 함께 가면 멀리 간다"는 아프리카 속담처럼, 미래사회는 융복합 감성 소통의 시대다. 독보적인 전문가보다는 타인과 공감하고 협력할 줄 아는 따뜻한 인재가 필요하다. 이는 곧 올바른 인성의 중요성을 말해준다.
과거 동방예의지국이라 불렸던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인성을 매우 중시했다. 하지만 산업화 과정에서 물질만능주의가 팽배해지며 인성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특히 최근에는 각종 범죄와 불신으로 인해 이웃 간의 자연스러운 소통마저 단절되고 있다. 지나가는 아이에게 말 한마디 건네기도 조심스러운 세상이 되었다.
공자는 "어려서부터 도덕심을 가르치면 공부는 저절로 뒤따른다"고 했다. 가정은 사회의 축소판이며, 인성교육은 바로 이 가정에서부터 시작된다. "자식 하나를 기르려면 온 동네가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말해주듯, 인성교육은 가정과 학교, 사회가 함께 책임져야 할 과제다.
인성은 하루아침에 형성되지 않는다. 태교에서부터 시작되어 평생에 걸쳐 이어지는 전인교육의 과정이다. 특히 아이들은 어른의 일상을 보고 배운다. 이론이 아닌 실천으로, 강요가 아닌 자연스러운 습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동네 어른에게 인사하기, 친구와 사이좋게 지내기 등은 무의식중에도 아이들의 인성을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다.
이제 우리는 AI 시대를 맞아 창의성과 기술력 향상에 힘쓰는 만큼, 인성교육에도 더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AI는 인간의 많은 역할을 대체할 수 있을지 몰라도, 결코 인간의 따뜻한 감성과 도덕성을 대신할 수 없다. 오히려 기술이 발전할수록 인간 고유의 가치인 인성은 더욱 빛을 발할 것이다.
인성교육은 부모, 학생, 교사, 사회, 국가가 함께 힘을 모아야 할 숙제다. 진정한 경쟁력은 높은 지능지수나 창의력만이 아닌, 건강한 인성에서 비롯된다. 황폐해져 가는 인성교육의 회복은 우리 시대의 절실한 과제이며 미래 세대를 위한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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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닝선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