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광고
女性시대출산·육아인권·이혼웰빙드림푸드·여행슈퍼우먼 실버세대 해외여성이주여성女性의원
정치·사회경제·IT여성·교육농수·환경월드·과학문화·관광북한·종교의료·식품연예·스포츠 피플·칼럼
로그인 회원가입
전체기사보기
全北 全國 WAM特約 영문 GALLERY 양극화 인터뷰 의회 미디어 캠퍼스 재테크 신상품 동영상 수필
편집  2024.09.12 [15:27]
수필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이숙진 “제주 아끈다랑쉬 오름 억새”
 
수필가 이숙진
 

오름은 조그마한 산의 생김새를 뜻하는 제주 말이다. 다랑쉬 오름은 분화구가 달처럼 둥글다하여 다랑쉬라고 한다. 아끈은 작다란 뜻의 제주 말이다. 오늘은 화산체의 특징을 잘 간직하고 있어 오름의 여왕이라고 불리는 다랑쉬 오름을 가기로 했다.

 

 소봉(卲峰) 이숙진 수필가

다랑쉬 앞에 도착하여 쳐다보니 데크로 설치된 계단이 45도 경사각이다. 일행 중에 다리가 불편한 분이 있어서 포기하고 왼편의 아끈다랑쉬 오름을 택했다.

 

개발이 되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모습이라 아마도 개인 사유지인 것 같다. 오르는 길에 숨이 차서 쌕쌕거리는 휘파람을 하얀 구절초가 비웃는 듯하다. 앞에서 날렵하게 오르는 선배를 보니 그동안 열심히 걷지 않은 후회가 밀려온다. 후배로서의 체면치레로 포커페이스를 하고 있지만, 휘파람은 점점 크게 나오니 민망하다.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도 다른 팀과 여럿이 어우렁더우렁 오르다 보니 어느덧 정상에 도착했다. 여럿이 함께할 때 내는 에너지를 무시할 수 없다. 해 냈다는 뿌듯함과 동시에 정상에서 내려다본 경관은 그야말로 신천지다. 서울의 하늘과 비교가 안 되게 선명한 쪽빛 하늘에다 더 찐한 쪽빛의 바다가 영화에서나 보던 장면이다.

 

제주의 가을을 억새를 빼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은빛 물결의 일렁임에 황홀함을 떠나 어떤 주술적인 느낌마저 든다. 짜릿함을 오감으로 경험하는 첫눈 같은 두드림이다. 강릉에서 일출을 보고도 울지 않았는데, 와락 눈물이 난다.

 

정신을 차리고 아래를 보니 분화구가 동그랗고 아주 예쁘다. 이 분화구에도 빽빽하게 억새가 흔들리고 있다. 순간 지구촌을 빠져나와 어떤 이름 모를 별에 온 듯 착각에 빠진다. 가슴속 한 점 오염도 없이 다 비워낸다.

 

춤추는 억새 사이에서 나도 모르게 흔들린다. 흔들리는 억새 사이에서 오직 사랑과 배려만 간직하고 싶다는 다짐의 춤을 춘다. 감격에 겨워 필자가 춤추는 모습을 일행이 동영상을 찍는다. 내가 바람을 좋아한다는 결론이다. 바람! , 나는 바람이고 싶다. 마음대로 흔들리는 바람이고 싶다.

 

문득 김수영의 이란 시가 떠오른다.

 

풀이 눕는다/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풀은 눕고/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바람보다 더 빨리 눕는다/바람보다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더 빨리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김수영 시인이 이 시를 쓸 때의 시심이 지금 나와 같았을까. 풀 위에 눕고 싶기도 하고, 울고 싶기도 하고, 일어나서 막 웃어대고 싶기도 하다.

 

자연의 모습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누구나 가 볼 만한 곳이다. 아니 바람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더욱 가볼 만한 곳이다. 문득 이 바람을 이용하여 에너지를 얻을 방법을 연구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잠긴다. 이 필부필부가 무슨 힘이 있을까만, 생각만으로도 가상하다.

 

내려오는 길에 하얀 메밀밭을 본다. ‘메밀꽃 필 무렵의 이효석이 아니라도 수평선과 맞닿은 메밀밭은 소금을 흩뿌려 놓은 듯해서 숨이 턱 막힐 지경이다. 고개를 넘고 개울을 건너고 벌판과 산길을 걷는 밤길은 아니지만, 허 생원과 동이가 걷는 산길 적막을 깨는 워낭소리 대신 어디선가 산새 한 마리 푸드덕 날갯짓한다.

 

군락을 이룬다는 것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을까. 흐드러지게 핀 메밀꽃이 서로 어깨를 기대고 도란거리는 모습과 키가 커서 쓰러질듯 한 억새가 서로 엉키어 흔들리는 모습이 어떻게 이다지도 아름다울 수 있을까.

 

제주의 자연에 가슴 저릿한 하루다.

 

 


원본 기사 보기:모닝선데이

 
광고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밴드 밴드 구글+ 구글+
기사입력: 2023/09/03 [00:28]  최종편집: ⓒ 해피! 우먼
 
뉴스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사애死愛 / 정성수 칼럼니스트
古代 기름부음의 ‘기원과 의미’ / 소정현기자
영광군 재선거 무소속 출마 ‘영광난연합 오기원 회장’ / 정치부
"수매용 벼 수분함량 15% 이하 건조를" / 전남농업기술원
‘예수는 신화적 아닌 역사적 실존인물’ / 예레미아
‘김정은 시대’ 2인자이자 ‘북한군 서열 1위’ / 소정현기자
우원식 국회의장 ‘美國 하원의원단 접견’ / 국제부
(한상림칼럼) 견리망의(見利忘義)! 굿바이 / 한상림칼럼니스
전통불교문화 진수 ‘불교문화엑스포 개막’ / 문화부
전통시장 온누리상품권 환급…최대 4만원 / 농수산부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회사 소개 임원규정청소년보호정책-회원약관개인보호정책광고/제휴 안내기사제보보도자료기사검색
로고 사업자명칭:월드비전21, 발행인․편집인 蘇晶炫, 정선모 부사장, 발행소:전주시 덕진구 덕진동 1가 1411-5번지, 서울시 광진구 능동로 390-1, 청소년보호책임자 蘇晶炫, 등록번호 전라북도 아00044, 등록일자 2010.04.08, 통신판매업 제2010-전주덕진-52호, TEL 010-2871-2469, 063-276-2469, FAX 0505-116-8642 Copyright 2010 해피!우먼 All right reserved. Contact oilgas@hanmail.net for more information.해피! 우먼에 실린 내용 중 칼럼-제휴기사 등 일부 내용은 본지의 공식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해피! 우먼의 모든 컨텐츠를 무단복제 사용할 경우에는 저작권법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본지는 신문윤리강령 및 실천강령을 따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