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홍콩 ‘日수산물 수입 전면금지’
일본이 지난 8월 24일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핵 오염수의 해양 방류를 전격 개시했다. 후쿠시마 원전 운영회사인 도쿄전력은 지난 22일 최종 방류 결정에 따라 이날 사전 작업을 거쳐 수조에 보관하던 오염수를 오후 1시께부터 방출하기 시작했다고 일본 언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2021년 4월 스가 요시히데 당시 총리가 오염수 처분 방식으로 해양 방류를 결정한 지 2년 4개월 만이다. 그리고 2011년 3월 11일 동일본대지진으로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한 지 약 12년 반 만으로 30년간 134만톤의 오염수가 바다로 흘러 보내게 된다.
도쿄전력은 탱크에 저장돼 있던 오염수의 방사능을 다핵종제거설비(ALPS)를 통해 먼저 거르고, 삼중수소가 남아있는 오염수 1톤을 희석 설비로 보내 바닷물 1천200톤과 혼합했다. 그런 다음 희석된 오염수를 채취해서 삼중수소 농도가 방류 기준치인 1리터 당 1천500베크렐 이하인 것을 최종 확인 후 방류에 착수한 것이다.
도쿄전력은 하루에 약 460t의 오염수를 바닷물로 희석해 방류하는 작업을 17일간 진행해 일차적으로 오염수 7천800t을 바다로 내보낼 계획이다. 내년 3월까지 방류할 것으로 예상되는 오염수 양은 3만1천200t으로, 이는 현재 보관 중인 오염수의 2.3% 수준이다.
일본이 방류를 시작하자 중국은 곧바로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전격 중단했다. 중국 외교부는 대변인 성명을 내고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처리는 국경을 초월한 원자력 안전 문제로 결코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다. 인간이 원자력을 평화적으로 이용하기 시작한 이래 원자력 사고로 오염된 물을 인간이 바다에 방류한 전례는 없다”라고 맹렬히 성도했다.
그러면서 “중국 정부는 식품 안전과 중국 인민의 건강을 수호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처를 할 것”이라고 경고했고, 곧바로 중국 해관총서가 일본산 수산물 수입 전면 금지를 발표한 것이다.
홍콩 세관 당국도 이날부터 일본 후쿠시마현과 도쿄도를 포함한 10개 지역에서 생산하는 수산물 수입을 금지하기로 했다. 중국과 홍콩은 일본산 수산물 최대 수입국이다. 일본 정부 자료에 따르면 2022년 일본의 수산물 수출 규모를 국가·지역별로 살펴보면 중국이 871억 엔(약 7939억 원)으로 가장 많았고, 홍콩이 755억 엔(약 6882억 원)으로 2위였다.
반면, 한국 정부의 태도는 일본과 가장 가까운 국가로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수산업이 주요 산업 중 하나인 국가 정부의 반응이라고는 정말 믿기 힘든 것이었다.
국민의 힘 ‘우리바다 지키기 검증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인 성일종 의원은 “과학을 부정하는 괴담과 가짜뉴스로 죄 없는 국내 어민이 억울한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철저히 대비하겠다”며, 중국과는 정반대의 입장을 보이고 있다.
또한 한덕수 총리도 이날 원전 오염수 위험성 관련 ‘가짜뉴스’의 폐해를 강조했다. 그는 “지금 우리 국민을 가장 크게 위협하는 것은 과학에 근거하지 않은 가짜뉴스와 정치적 이득을 위한 허위선동이다. 근거 없는 선동으로 우리 수산업이 위협받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이런 선동과 가짜뉴스는 어업인들의 생계를 위협할 뿐 아니라, 국가의 신뢰와 올바른 국민 건강권을 해치는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처럼 여권과 행정부는 마치 합창이라도 하듯, 일본의 방류에 대한 동조나 묵인 하에서 가짜 뉴스와 허위선동으로 몰아가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우리 다수 국민과 야당은 일관되게 일본의 오염수 방류를 강력하게 반대해왔다. 전국에서 무려 187만명 시민이 오염수 방류에 반대한다고 서명한 것이다.
● 한국은 ‘수산물 소비량 세계 최고’
일본이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의 해양 방류를 시작한 가운데 수산 업계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급등한 전기요금으로 인한 비용 증가, 공급 과잉이 겹친 상황에서 일본 오염수 방류가 직격탄을 날린 격이다.
한국은 1인당 연간 수산물 소비량이 68㎏으로, 전 세계 1위(2018년 기준, OECD 2020 보고서) 국가이다. 20.5㎏에 불과한 세계 1인당 평균 소비량과 비교하면 한국은 명실상부 수산물 소비 강국이다.
이번 일본의 최종 방류는 한국 수산업계 종사자에 소비 위축에 따른 매출악화로 이어져 회복 불능의 대타격을 필히 수반할 것이다. 국내 수산물 소비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터진 2011년과 일본 정부가 원전 오염수 유출을 시인한 2013년 급감한 바 있어 업계는 이번에도 적지 않은 충격파가 능히 예견된다.
수협중앙회 수산경제연구원은 올해 국회 토론회에서 2011년 당시 노량진수산시장에서 3개월간 일평균 수산물 거래량이 12.4% 줄었다고 발표했다. 2013년에는 전통시장에서 40%, 대형마트와 도매시장에서 각 20% 수산물 소비가 줄었다.
올 4월 소비자시민모임이 소비자 525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선 10명 중 9명꼴로 오염수 방류 뒤 수산물 소비를 줄이겠다고 응답했다. 특히 일본이 30∼40년에 걸쳐 오염수를 방출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소비 침체가 장기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팽배하다.
● 우리 정부는 ‘모든 대책 총동원해야’
추석을 한 달 앞둔 시점에 오염수 방류로 ‘대목’을 날리게 된 어민과 상인들은 근심이 가득할 수밖에 없다. 과학적 검증 결과와 무관하게 수산물 기피 현상이 급속하게 확산될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이에 정부는 일본이 제공하는 정보에만 의존하지 않고 독자적인 해양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태평양 도서국과 공조하여 모니터링 시스템도 대폭 강화해야 한다. 이와 함께 범정부 차원의 대책위를 즉각 설치하고 피해 어업인에 대한 다각적 지원방안, 소비 촉진과 비축, 방사능 검사 강화 등이 신속하게 시행돼야 한다.
우선적으로 수산물 소비 위축에 대응하기 위해 수산물 긴급경영안정자금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 이와 함께 온오프라인 유통업체를 통해 수산물 소비를 촉진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대기업 구내식당에 수산물 납품 시 기업 납품가와 시중가의 납품단가 차액을 지원하며, 지역축제 등과 연계한 수산물 소비 촉진 행사와 자체 대규모 할인 판촉 행사도 빈틈없이 추진되어야 한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지난 7월 4일 발표한 최종 보고서에서 “방류는 일본의 결정이고, 자신들은 해당 정책을 권장하거나 지지하지 않는다”고 명시한바 있다. 일본은 탱크에 오염수를 보관하는 장기저장 방식이 피해를 가장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임에도 “원전 부지가 오염수를 저장하기 위한 탱크로 꽉 차서 더 이상 설치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강변해왔다.
일본 정부가 오염수를 방류하는 목적은 후쿠시마 경제 부흥과 후쿠시마 원전의 위험을 축소하기 위해서 반드시 오염수 해양 투기가 필요하다는 비이성적 논거를 제시해온 것이다. 결국, 자국에만의 이익에 매몰되어 주변국 피해를 아랑곳하지 않고 통탄스런 결정을 내린 것은 엄중히 비판받아야 마땅하다.
가장 돈이 적게 드는 방법이 최선일 수 없다. 오염수를 희석시키는 것은 방사성 물질의 농도를 낮추는 것이지 방사능 강도를 낮추는 게 아니다. 오염수 해양 방류 결정을 되돌릴 수 없다면, 이에 따른 위험 정도를 상세히 알 수 있도록 투명한 정보공개를 압박하는 것이 중요하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로 인한 위험성이 어느 정도인지 일본 정부는 정량화된 수치를 상시 투명하게 공개해야만 그나마 국내외 반발을 희미하게나마 저감시킬 수 있을 것이다.
원본 기사 보기:
모닝선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