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묻지마 연쇄 살인’ 대충격
살인에 이르는 범죄나 심각한 폭행이 수반되는 강력범죄에는 그 범행동기가 매우 뚜렷하다. 그러나 최근에는 동기가 불분명한 이른바 ‘묻지마 살인’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지난 7월 3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구 백화점에서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흉기 범죄가 발생하면서 많은 시민이 충격에 빠졌다. 이번 사건은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묻지마 흉기 난동’ 사건이 벌어진 지 2주 만에 발생했다.
그는 차량을 인도로 몰아 보행자들을 들이받은 뒤 백화점 내부로 들어가 흉기를 휘둘렀다. 이 흉기 난동으로 13명이 부상하고 1명은 사망했다. 이 중 5명은 피의자가 몰던 차량에, 9명은 칼부림의 피해자이다.
앞서 지난 7월 21일 신림역 인근 번화가에서 대낮에 벌어진 흉기 난동으로 시민이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신상공개위원회를 열어 ‘범죄의 잔인성, 피해의 중대성’ 등을 인정해 피의자 신상을 공개했다. 가해자 33세 남성 ‘조선’은 당일 오후 2시 신림역 인근 상가 골목에서 20대 남성을 흉기로 수차례 찔러 잔혹하게 살해하고, 길을 지나는 30대 남성 3명에게도 흉기를 휘둘러 부상을 입혔다.
지난 5월 26일에는 정유정(23세 여성)이 불특정 다수의 20대 여성을 살해 대상으로 물색하고, 실제로 살해한 사건이 큰 충격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정유정은 과외 앱을 통해 ‘개인과외 교사를 구한다’는 거짓말로 찾아낸 20대 여성을 흉기로 100여 차례 넘게 찔러 살해한 혐의로 구속됐다.
이런 참혹하고 비극적인 ‘묻지마 흉기 난동’ 사태가 잇따르자 윤희근 경찰청장은 흉기 난동을 사실상 테러 행위로 규정하고 흉악범죄 대응 특별치안 활동을 선포했다. “흉기 소지 의심자, 이상행동 의심자에 대해 법에서 정한 검문검색을 시행한다. 앞으로 흉기 난동자에게는 테이저건 등 경찰이 사용할 수 있는 최대한의 물리력을 동원할 것”라고 엄정 대응을 강조했다.
경찰은 인파가 몰리는 지하철역, 백화점 등 전국 247개 장소에 경찰관 1만2000여명을 투입하고, 다중 밀집지역 43곳에는 소총과 권총으로 이중 무장한 경찰특공대 전술요원 107명도 배치했다. 또 서울 강남역과 부산 서면역 등 ‘살인 예고’ 범행 장소로 지목되거나 인파가 몰리는 11곳에는 전술 장갑차를 투입하기까지 했다.
이와 함께 ‘묻지마 흉기 난동’에 이어 온라인에 모방 범죄 예고 글이 무차별적으로 확산하면서 사회적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에 따라 여름 성수기철 이용객이 집중되는 다중시설안전에 대한 우려가 가중되고 있다. 최근 며칠간 인천공항과 김포공항, 김해공항, 제주공항, 대구공항 등 총 5곳의 공항에서 테러를 예고하는 글이 온라인에서 올라왔다.
다중밀집 장소에서 테러와 살인예고 등으로 시민의 불안이 높아질 경우 결국엔 외국인 관광객들이 줄고 국가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질 수 있기 때문에 적극적 대응이 필요하다.
아울러 서울 곳곳에서 ‘묻지마’ 흉기 난동 사건이 잇따르면서 시민들의 불안감이 높아지는 가운데, 최근 대형 유통업체는 자체적으로 보안 강화 대책을 마련했다. 평상시보다 현장 안전요원을 확대하고, 점포 주변 순찰을 강화했다. 안전요원들은 정장 차림 대신 방검복, 삼단봉 등의 비상 대응 복장을 갖추고 혹시 모를 비상 상황에 대비 중이다.
● 경찰과 검찰 ‘강력대응’ 천명
최근 ‘묻지마 흉기 난동’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흉악범죄를 예방하고 차단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분노의 목소리가 확산하고 있다. 신림역 묻지마 살인 사건에 이어 분당 흉기 난동 사건마저 터지면서 국민적 공포와 불안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쇼핑몰 검색순위 1위가 전기충격기, 후추 스프레이, 삼단봉 등 호신용품이 될 정도다.
칼로 찔린 피해자들은 가해자인 범죄자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평범한 일반 주민들이었다. 시민들이 무방비 상태 속에서 흉기로 실질적 피해를 당하고 있어 그 심각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여기에 묻지마 범죄 테러를 저지르겠다는 예고 글을 SNS에 올리는 모방 범죄마저 우후죽순 발생하고 있다. 단순한 범죄 대응이 아닌 묻지마 범죄와 전쟁을 선포해야 할 정도로 매우 긴박한 국면이다.
일각에선 살인 예고 글 작성자를 조속히 검거, 살인예비죄를 적용해 엄벌에 처해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정신질환자에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이들에 대한 적극적인 치료와 격리 조치 등의 제도적인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경찰은 “살인예고를 심각한 범죄행위이자 직접적 시민안전 위협으로 규정하고 실제로 흉기를 준비하는 등 범행 의사가 있었을 모든 수사역량을 총동원해 글 게시자를 끝까지 추적·검거하고, 구체적인 범죄 실행 의사가 확인되면 구속 수사하겠다”고 강조했다.
경찰은 또한 게시글 작성자 추적과 검거에 불필요한 공권력이 낭비되고 있다고 보고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사태로 입건된 10대 등은 현재 협박 혐의가 적용된다. 협박죄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검찰도 “협박죄 외에도 살인예비, 위계공무집행방해 등 가능한 형사법령을 적극 적용하고 특히 흉기 난동 피의자에 대해 초동수사 단계부터 경찰과 협력해 법정 최고형의 처벌이 이뤄지도록 하겠다”며 강력 대응의 전면전을 선포했다.
● ‘가석방 없는 종신형’ 신설
이와 같은 잇따른 묻지마 흉기 난동 모방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살인 예고 글 작성자에 대해 살인예비죄를 적용, 엄격한 처벌 선례를 만들어야 한다. 형법 제255조는 ‘살인 등의 범죄를 저지를 목적으로 예비 또는 음모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현실적인 대안 마련을 위해 ‘가석방 없는 종신형’ 신설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어 주목된다. 형법 72조에 따르면, 무기징역 수형자는 20년을 충실히 복역하면 교화 정도와 재범 가능성 등에 따라 가석방하는 제도가 있다. 이를 두고 법원이 흉악 범죄자에게 ‘기한이 없는 징역형’ 선고했음에도 향후 가석방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이런 법 집행에 이견을 보이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에 국민의힘과 정부는 최근 잇따른 ‘묻지마 흉기 범죄’에 강력하게 대응하기 위해 가석방 없는 종신형 신설을 추진하기로 했다. 해외의 경우 ‘가석방 없는 종신형’ 제도를 운영하는 대표적인 나라는 미국과 영국 등이 꼽힌다.
다만 일각에선 “절대적 종신형 제도가 흉악범죄를 막기 위한 근본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프랑스와 독일, 이탈리아 등은 사형제 폐지 이후 이 제도를 도입했다가 폐지했다.
‘묻지마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은 국가나 사회, 가정에 경제적 이유 등으로 불만을 품고 있고, 그런 불만이 분출되는 순간 그 화풀이를 투사할 ‘불특정 다수’라는 대상이 필요하다. 그리고 묻지마 살인은 말 그대로 예측 불가능한 시간과 장소에서 발생한다는 점에서 두려움을 배가시킨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묻지마 범행의 동기는 증오심과 적개심이다. 특히 묻지마 범죄자들은 대부분 불우한 어린 시절, 고립된 생활, 경제적 궁핍, 정신병이나 범죄 전력, 사회의 무관심속에서, 이들의 비정상적 분노 표출 방식은 상식을 뛰어넘는다.
그럼에도 이들은 용서 받을 수 없는 행위를 하고도 용서를 구하지 않는 비도덕적 인물들이다. 이들에겐 자신이 사회로부터 받은 상처를 더욱 크게만 생각하고 있다. 자신이 저지른 범죄가 얼마나 극악무도한지 깨닫거나 뉘우치지 않는다. 그들에겐 남 탓과 사회부조리 탓만이 부각될 뿐이다.
생생히 살펴본바, 전 세계적으로 문명화되고 사회문화적으로 발달 된 나라일수록 이전에 볼 수 없었던 개인의 일탈을 통한 범죄적 테러 행위가 빈번해지고 있다. 강력한 대응이 아니라 전쟁을 선포해야 하는 이유다. 아울러 ‘묻지마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소외계층에 대한 정책적 배려와 관심, 제도적 보호 장치와 안전망 확대 또한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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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닝선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