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세계 바다 30%를 ‘보호구역’
지난 5월 22일은 UN(국제연합)이 지구상의 생물 종을 보호하기 위한 ‘생물다양성협약’( Convention on Biological Diversity)을 발표한 지 벌써 30년 이상이 경과된 기념비적 날이다. 1992년 ‘생물다양성 협약’을 기념하기 위해 제정한 이 날은 생물다양성의 중요성과 생태계의 보전을 목적으로 제정되었다.
‘생물다양성’(生物多樣性)은 지구에서 생존하는 모든 종의 다양성, 이들이 서식하는 생태계의 다양성, 또는 생물이 지닌 유전자의 다양성을 총체적으로 지칭하는 말이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올해 세계 생물다양성의 주제를 ‘합의에서 행동으로, 생물다양성의 재건’으로 삼았다.
생물다양성협약은 ‘보전·생물자원’에서 얻어지는 이익을 공정하고 공평하게 분배할 것을 목적으로 1992년 5월 케냐의 나이로비에서 채택되었고, 1992년 6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로에서 개최된 유엔환경개발회의(UNCED)에서 158개국 정부대표가 서명하고, 1993년 12월 29일 발효되었다. 우리나라는 1994년 10월 3일 가입하였으며, 2021년 현재 세계 196개국이 회원국이다.
생물다양성협약은 전문과 42개 조항, 2개 부속서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 국가별 지침을 별도로 마련해 실천해 나가도록 생물자원의 주체적 이용을 제한하고 있다.
이 협약의 주요 내용은 △ 환경영향평가의 도입을 유도하고 △ 각종 개발사업이 발생시키는 생물에 대한 악영향을 최소화하는데 초점 맞춰진다.
또한 당사국에 생물다양성과 그 구성 요소의 보전 및 지속가능한 이용을 위한 ▽ 국가적 전략 수립 ▽ 유전자원에 대한 접근, 이용 및 이익 공정분배를 위한 국내적 조치의무와 기술이전 의무(선진국) 등을 부여하고 있다.
‘생물다양성협약’(CBD)은 기후변화협약(UNFCCC), 사막화방지협약(UNCCD)과 더불어 ‘3대 환경협약’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들은 매 2년마다 2주간 당사국총회를 개최하며, 이는 정부대표 간 공식 협상회의이자 협약관련 최고의사 결정회의이기도 하다. 제12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는 2014년 9월 29일부터 10월 17일까지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일대에서 개최된바 있다.
지난 3월 4일, 유엔(UN) 회원국들은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해양생물다양성 보전협약(BBNJ)’ 제5차 비상회의에서 2030년까지 공해(公海)를 포함한 전세계 바다 30%를 보호구역으로 지정하는 내용의 국제해양조약에 극적으로 최종 합의했다.
관련 논의는 2004년부터 20년 가까이 이뤄졌다. 그리고 유엔에서 해양 관련 조약에 합의한 것은 1982년 체결된 ‘UN해양법협약’ 이후 40여년 만이다.
특히 해당 조약은 국제법상 어느 국가에도 속하지 않아 모든 나라가 공유하는 바다인 ‘공해’의 해양 환경과 생물다양성을 보호하기 위한 최초의 조약으로 ‘역사적 합의’라는 평가가 나온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조약 체결을 통해 기후위기 완화, 어족 자원의 회복, 해양동식물의 서식처 보전 등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며 “해양보호구역을 확대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될 것”이라는 진전된 평가를 내놓았다.
1982년 체결된 ‘UN해양법협약’의 경우 광물 채굴에 대한 명확한 지침이 없는 데다, 기후변화 영향도 반영하지 않아 그동안 시대에 뒤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새 조약에 따라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곳에서는 어획량, 항로, 심해 광물 채굴 등의 활동이 제한된다. 또 환경영향평가와 해양자원을 공유하는 등의 내용도 포함됐다. 이에 따라 고래와 거북 등 멸종위기 동물들도 보호를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 인류의 생명벨트 ‘해양 생태계’
해양 생태계는 지구상 생물 95%가 서식할 뿐 아니라, 생물이 호흡할 때 필요한 산소 절반을 생산하고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다량 흡수해 지구 온난화를 억제한다. 특히 공해는 연안으로부터 200해리(약 370㎞)까지인 배타적경제수역(EEZ) 경계에서부터 대양으로 뻗은 해역을 말한다.
세계 바다의 60% 이상이고 지구 표면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이런 광활한 공해는 천연 탄소흡수원으로 지구의 탄소 순환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그럼에도 공해는 단지 1.2%만이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어획과 항로 제한 등이 이뤄지고 있다. 어업·관광 등 인간 활동을 불허하는 절대보전해역은 단 0.8%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보호구역 밖에 살고 있는 해양생물들은 기후 변화와 남획, 선박의 이동 등으로 위험에 직면하여 있다는 경고음이 울린지 오래이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세계 해양생물종 약 10%가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고 간주하고 있다.
중국이 의장을 맡고 캐나다가 주최한 이번 유엔 ‘해양생물다양성 보전협약(BBNJ)’ 제5차 비상회의총회에서 회원국들이 채택한 ‘쿤밍-몬트리올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GBF)’에는 2030년까지 달성해야 할 4가지 큰 목표와 23가지 세부 목표가 담겼다.
쿤밍-몬트리올 GBF는 모든 생태계의 연결성이 유지, 향상 또는 복원돼 2050년까지 자연 생태계의 면적이 많이 증가하고, 모든 멸종위기종의 멸종 위험이 10분의 1로 감소하는 것을 큰 목표로 삼고 있다. 또한 생물의 유전자원을 이용한 금전적·비금전적 이익을 지역사회, 토착민과 공유해 생물다양성이 보존되고,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사용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당사국들은 세부목표로 2030년까지 “황폐해진 육상, 내수, 해안, 해양 생태계의 최소 30%가 효과적으로 복원되도록 한다”는 ‘30×30’ 목표에 합의했다. 이와 함께 생물다양성이 높아, 보전 가치가 높은 지역의 손실을 2030년까지 ‘0’에 가깝게 만들자는 문안도 들어갔다. 생물다양성을 증진시킬 수 있도록 공공 및 민간 자금으로 연간 최소 2000억달러(약 258조3000억원)를 조달하는 목표도 제시했다
● 생존의 구명보트 ‘생물다양성’
우리 인류는 ‘의‧식‧주’ 특히 음식물과 의약품 및 산업용 산물인 생물다양성의 구성요소로부터 얻어왔다. 이렇듯, 생물다양성의 구성요소는 인간을 포함한 지구상의 모든 생명의 생존과 번영을 책임지는 ‘안전망’이다. 이런 자연 생태계가 균형을 이룰 땐 스스로 물과 공기의 오염 물질을 정화하고, 토양을 유지하고, 기후를 조절하며, 질병 발생을 막고, 인간에게 음식물을 적절하게 제공한다.
지구 온난화가 생물의 생존을 위협한다는 과학자들의 경고가 나오면서 생물다양성을 사수하기 위해선 멸종위기 동물 보호뿐 아니라 온실가스 감축에도 시급히 대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와 기업은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화하여 기후행동에 동참해야 한다. 또한, 지구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고 자연과의 공존을 소비지출과 정책 결정의 중심이 될 수 있도록 제도를 전환해야 한다.
금번 조약은 기후위기와 생물다양성손실, 해양오염이라는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무척 중요하다. 생물다양성 친화제품 소비 등을 포함해 생물다양성 보존을 위해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행동적 교육에 기민하게 움직여야 한다. 앞으로 인류가 생태계와 공존하는 필수적인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음을 긴박하게 자각해야 한다.
원본 기사 보기:
모닝선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