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봐도 미친놈
“인생이란 아무것도 이루지 않기에는 너무나 길지만, 무언가를 이루기에는 너무나 짧다.” 이 말은 [산월기]라는 작품을 쓴 일본 소설가 나카지마 아쓰시(中島敦)가 남긴 것이다.
33세에 지병인 천식으로 요절하였지만 제2의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라고 불리는 작가이다. 그럼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는 또 누구인가. 그는 일본 다이쇼 시대를 대표하는 소설가이다.
예술지상주의 작품이나 이지적으로 현실을 파악한 작품을 많이 써 신이지파로 불린다. 주로 일본이나 중국 설화집에서 제재(題材)를 취해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으로 호평을 받았다.
대표작으로는 「라쇼몬」, 「코」, 「게사쿠 삼매경」, 「지옥변」, 「톱니바퀴」 등이 있다. 그의 죽음은 다이쇼 시대의 종언으로 평가받으며, 사후 소설가 기쿠치 간에 의해 ‘아쿠타가와 상’이 제정되었다. 현재 일본에서 가장 권위 있는 순문학상이다.
참고로 다이쇼 시대(大正時代)는 일본 시대의 한 흐름으로서 요시히토 천황이 재위했을 때인 1912년부터 1926년까지의 기간을 가리킨다. 14년이란 짧은 시간이었지만, 제 1차 세계대전에 참전, 10만 명 이상의 사상과 행방불명이란 결과를 낸 관동대지진의 발생 등, 큰 사건들이 있었다.
나카지마 아쓰시는 1909년 도쿄 요츠야에서 교사의 아들로 태어났다. 3살 때 부모가 이혼해 고향의 할머니 슬하에서 길러졌다. 한학자였던 조부 나카지마 후잔과 한문 교원이었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린 시절부터 양질의 한문학 교육을 받았다.
● 가정사적 불운
6살 때 재혼한 아버지와 계모의 슬하에서 자라게 되었는데, 계모에게 학대를 당했다고 한다. 가정환경은 불우했지만, 학교에서는 대단히 촉망받는 학생이었다. 줄곧 최우등생이었으며, 상장과 상패를 밥 먹듯이 타며 전교생의 기대와 동경을 한 몸에 받았다고 한다.
아버지의 전근을 통해 1920년 경성의 용산국민학교와 경성중학교(현 서울중고등학교)를 다녔다. 1933년 대학을 졸업한 이후 사립 요코하마 여자고등학교에 국어와 영어 교사로 부임하였다.
그의 작품은 대단히 음울하고 습한 느낌의 작품이 많으며 대부분 중국 한문학 같은 형식을 보인다. 고사를 재해석한 작품이나 재창작한 작품이 많다.
국내에 번역 출판된 책으로 <나카지마 아쓰시 작품집>이라는 단편집과 <산월기(山月記)>라는 단편집이 있다. 위에서 소개한 것처럼 거개의 우리네 인생이란 아무것도 이루지 않기에는 너무나 길다.
● 첫 출판기념회의 곡절
그러나 무언가를 이루기에는 너무나 짧은 것도 사실이다. 요즘은 나의 생애 첫 출판기념회 준비 관계로 머리가 무겁다. 그렇지만 이 또한 도전(挑戰)의 영역이다.
누차 강조했지만 다섯 번째 저서를 발간하고서야 비로소 출판기념회를 연다는 것은 400번이 넘는 첫 출간 도전이라는 비하인드 스토리(behind story)가 있었기 때문이다. 뭐든지 그렇지만 항상 처음은 어렵다.
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두 번은 의외로 쉽다. 세 번은 더욱 쉽다. 뭐든 하다 보면 실력은 늘게 된다. 어디서 듣보잡(듣도 보도 못한 잡놈을 이르는 말) 같은 자가 어느 날 불쑥 글을 썼다며 책을 내달라고 출판사에 원고를 보냈다.
그런데 출간의 조건이 실로 허무맹랑했다. 초보 저자가 거액의 출판비를 내도 검토할까 말까인데 감히 몇 백만 원이나 되는 선인세(先印稅)를 출판사에 요구했다. 내가 봐도 ‘미친놈’이었다. 하지만 당시에도 나는 그만큼 자신이 넘쳤고, 첫 출간에 목숨을 걸고 있었다.
그 결과 무려 400번 이상의 도전을 필요로 했다. ‘두 번은 의외로 쉽고 세 번은 더욱 쉽다’는 평범한 사실은 이후 계속된 출간의 경험에서 터득했다.
● 도전이 빛나는 까닭
“다른 사람들이 할 수 있거나 할 일을 하지 말고, 다른 이들이 할 수 없고 하지 않을 일들을 하라.” - 여성 최초로 대서양 횡단에 성공한 비행사 아멜리아 에어하트(Amelia Earhart)가 남긴 명언이다.
미국의 비행사였던 아멜리아 에어하트는 여성 비행사로는 최초로 대서양을 건너고, 하와이에서 캘리포니아까지의 태평양 상공을 쉬지 않고 날아 하늘의 퍼스트레이디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런데 39세이던 1937년 6월 1일 적도 주변을 도는 긴 항로를 이용한 세계 일주 비행에 도전하였다가 실종되었다. 대대적으로 수색작업을 펼쳤지만 아무것도 찾지 못해 아직까지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그렇지만 그녀 역시 도전의 나래를 한껏 아름답게 펼치다 명을 다한 것만큼은 분명하다. 나카지마 아쓰시 또한 불우한 가정사를 문학으로 치환했다. 어쨌든 도전은 아름답다. 인생은 도전의 연속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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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닝선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