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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22.08.09 [0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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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재욱의 詩와 詩評> “박두진 / 해”(4회)
 
배재욱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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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해야, 고운 해야! 너를 만나면, 꽃도 새도 pixabay.com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산 넘어 산 넘어서 어둠을 살라 먹고, 산 넘어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 먹고, 이글이글 앳된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달밤이 싫여, 달밤이 싫여, 눈물 같은 골짜기에 달밤이 싫여, 아무도 없는 뜰에 달밤이 나는 싫여....

 

  해야, 고운 해야.늬가 오면, 늬가사 오면, 나는 나는 청산이 좋아라. 훨훨훨 깃을 치는 청산이 좋아라. 청산이 있으면 홀로래도 좋아라.

 

  사슴을 따라 사슴을 따라, 양지로 양지로 사슴을 따라, 사슴을 만나면 사슴과 놀고,

 

  칡범을 따라 칡범을 따라, 칡범을 만나면 칡범과 놀고....

 

  해야, 고운 해야. 해야 솟아라. 꿈이 아니래도 너를 만나면, 꽃도 새도 짐승도 한자리 앉아, 워어이 워어이 모두 불러 한자리 앉아, 앳되고 고운 날을 누려 보리라.

  

 

시란 짧은 글 안에 작가의 모든 인생관이 오롯이 녹아들어 있다이것을 나름대로 캐내어 분석하고 다듬어서 자기 생각을 하나의 완성품으로 내어놓는 것은 의미 있는 작업이라 생각되어 시와 시평이란 제목으로 쓰기 시작했다.

 

원래 시평은 주관적인 견해가 많이 들어가는 것이라 서로 의견이 다르더라도 시가 가지는 깊이 있는 내공과 품고 있는 향기를 아마추어 시각에서 같이 공부하는 것이라고 이해하면서 흥미 있게 봐 주시기 바란다.(著者 )

 

■ 詩作 斷想 <박두진/ 해>

 

작렬하는 태양과 더불어 가야하는 이 뜨거운 계절에 박두진의 <>를 띄어 드립니다. (태양의 계절내내 활기차시고 건강하신 나날을 보내시기 바랍니다.

 

시의 이해와 해설

 

▲ 배재욱 칼럼니스트

(1) 이 작품은 1946. 5월 발표되었으나 씌어진 것은 8.15. 해방 전입니다. 이 시에서 어둠’‘달밤’‘골짜기’‘칡범’‘짐승은 악과 추, 강자의 이미지를, ‘’‘사슴’‘청산’‘’‘는 선과 미, 약자의 이미지를 대표하는 것으로, 시인은 이들의 대화를 추구하며 사랑과 평화가 충만하는 이상세계를 그리고 있습니다.

 

시인이 여기서 말한 어둠이란 일제하의 상황을 뜻하는 것으로 그가 현재 속해 있는 세계는 사람과 사슴과 칡범이 서로를 두려워하며 해치는 공포스러운 상황이라는 의미가 됩니다.

이 작품의 의미는 이러한 어둠의 시대, 공포와 갈등의 세계를 벗어나 밝고 아름다운 삶을 찾고자 하는 간절한 소망에 있습니다.

 

(2) 이 시에서 주목하는 것은 자연을 지배하는 근원적인 힘을 의미하는 는 어둠과 악을 몰아내는 정의와 광명의 표상이면서, 동시에 지상의 모든 생물들에게 에너지를 불어 넣는 근원적인 생명력의 상징입니다.

바로 여기에서 해야 솟아라말갛게 씻은 고운 해야 솟아라라고 하는 간구와 기도가 나타나게 됩니다. 해가 솟아야만 이 땅의 어둠도 물러나고 자연도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시인은 생명의 근원이며 창조의 어머니인 가 돋기를 간절히 기원하며, 그리하여 그는 희망찬 미래의 조국을 상징하는 청산이 있으면 홀로대로 좋아라고 외치며 사슴칡범’‘’‘짐승이 모두 한자리에 모여 사는 영원한 평화와 공존공영의 고운 날을 꿈꿉니다.

 

고운 날은 결국 해가 솟은 청산으로 자연과 인간이 합일되는 이상향이자 민족의 평화로운 역사가 펼쳐질 해방된 조국 강토를 의미합니다.

이 시에서는 당시의 시대적 조국 해방의 기쁨이 영구적인 이상향의 추구로까지 연계·발전되고 있어 독실한 기독교 신앙인으로서의 시인의 면모를 엿볼 수 있습니다.

 

(3) 조연현은 이 작품을 가리켜 "한국 서정시가 이룰 수 있는 한 절정을 노래했다."고 평하고 "박두진은 이 한 편의 시로써 유언 없이 죽을 수 있는 인간이 되었다."고 극찬한 바 있습니다.

 

박두진의 시는 자연에 대한 감각적인 기쁨을 정신적인 경험으로 전환시킴으로써 자연과 인간을 대비하여 존재의 의미를 추구합니다.

박두진, 박목월, 조지훈을 <문장>지의 추천 형식으로 시단에 데뷔시켜 한국 시세계에 커다란 족적을 남긴 청록파의 탄생에 주역이 되었던 정지용은 1939년 박두진을 추천하면서 박군의 시적 체취는 무슨 산림에서 풍기는 식물성의 것이다라고 말하고 시단에 획기적인 신자연을 소개하였다고 극찬했습니다.

 

(4) 1998. 2. 16. 박두진이 사망한 지 거의 3년이 지난 2001. 6. 프랑스 아비뇽 근처의 고대 로마 유적지로 알려진 베종 라 로망(Vaison la Romaine)에 그의 시비가 세워졌는데 대표작인 <>의 첫구절이 앞면은 한글로, 뒷면은 프랑스어로 새겨져 있어 머나먼 타국 땅에 시인의 흔적을 남기고 있습니다.

 

 


원본 기사 보기:모닝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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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1/07/22 [19:55]  최종편집: ⓒ 해피! 우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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