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에선 평화의 상징 ‘동양은 금슬의 징표’
번식력 왕성 비결! ‘암수 모두 분비된 젖들’
헌신적! ‘일부일처제 족외혼’ 엄격하게 사수
사람과 동일한 환경 ‘오염지표의 역할 수행’
▲ 예전부터 서양에서는 비둘기를 흔히 평화의 상징이라고도 하며, 특히 하얀 비둘기가 주로 평화의 상징으로 여겨왔다. pixbay.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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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부터 ‘평화와 금술’의 대명사
예전부터 서양에서는 비둘기를 흔히 평화의 상징이라고도 하며, 특히 하얀 비둘기가 주로 평화의 상징으로 여겨왔다. 단적인 사례가 1920년 제7회 하계 올림픽인 벨기에 ‘앤트워프’(Antwerp) 올림픽 때 비둘기를 날려 보낸 일이다. 당시 올림픽에서는 이를 통해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평화가 찾아왔음을 선언했다. 사실 올림픽에서 비둘기를 날려 보내는 전통은 고대 그리스 때부터 있었다.
또한 비둘기는 사랑의 대명사로 여겨진다. 비둘기는 파트너가 죽지 않는 이상 평생 같은 배우자와 일생을 함께 하기에 동양에선 비둘기가 금슬의 상징이다. 한국에서는 ‘삼지례’(三枝禮)라고 하며 예의가 있어 어미가 앉은 가지로부터 아래로 셋째 가지에 앉는다는 뜻으로 부모의 지극한 효성을 나타내었다.
특히 멧비둘기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뒷산 언저리 부근에 둥지를 짓는다. 그래서 옛날 사람들은 아이들에게는 멧비둘기 고기를 먹이지 않았다. 멧비둘기처럼 아이를 둘 밖에 못 낳는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형제자매가 보통 넷 정도였던 시절 이야기다.
비둘기는 영어로 피존(pigeon) 혹은 도브(dove)로 불리는데, 이름이 달라도 뚜렷이 구분되는 것은 아니다. pigeon은 프랑스어에서, dove는 독일어에서 왔다고 한다. 평화를 주장하는 입장을 포함하는 ‘정치적 온건파’를 ‘비둘기파’로 부르기도 한다. ‘강경파’는 맹금류인 매에서 뜻을 딴 매파이다.
▲ 비둘기는 파트너가 죽지 않는 이상 평생 같은 배우자와 일생을 함께 하기에 동양에선 비둘기가 금슬의 상징이다. pixbay.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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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력한 번식력과 빠른 성장
멧비둘기보다 더 흔하게 볼 수 있는 새가 집비둘기들이다. 집비둘기는 주로 도시의 공원이나 광장 그리고 운동장 같은 곳에 수십 수백 마리씩 무리 지어 살아간다. 집비둘기는 기원전 4,000년경부터 사육했다고 알려져 있는데 식용, 관상용, 경기용 등으로 용도에 맞춰 개량되어왔다. 현대에 와서는 500종류나 되는 다양한 종류의 집비둘기들이 탄생하게 되었다.
또한 멧비둘기는 콩과 같은 식물성 씨앗을 좋아하는 새다. 다른 새들은 잠자리나 애벌레 같은 동물성 단백질을 주된 먹이로 하는 데 비해, 멧비둘기는 일생 다양한 씨앗 종류를 먹이로 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대부분의 새들은 곤충이나 애벌레가 많이 나오는 여름철에 번식하는 반면에 멧비둘기는 겨울이 끝나가는 2월쯤부터 번식기에 들어간다.
한편, 이들 비둘기의 특징 중 하나가 강력한 번식력과 빠른 성장 능력이다. 집비둘기는 1년에 1~2회, 주변 환경이 좋으면 1년에 4번에서 6번까지 알을 낳기도 한다. 보통 2개의 알을 까는데, 그 색은 하얗다. 알을 품는 기간은 15~16일이다.
성장도 매우 빨라서 갓 태어난 새끼가 34~36시간 만에 몸무게를 두 배로 늘리고, 4~6주가 지나면 거의 다 자라 독립을 한다. 그렇게 해서 한 쌍으로 시작한 비둘기 부부는 1년에 50마리 이상으로 불어난다고 한다.
이처럼, 본래 번식력이 좋은데 도시에서는 먹을 게 넘쳐나니 먹고 남는 시간 동안에 번식만 하여 그 수가 늘고 있다. 다만 먹을 것이 없어지면 번식을 멈춘다. 일례로 서울 시청 옥상에서 비둘기 먹이 공급을 중단했더니 몇 달 후에 비둘기의 수가 전혀 늘지 않았다고 한다.
비둘기의 수명은 10년 이상으로 꽤 긴 편이다. 영국의 비둘기 한 마리가 24살의 나이로 세계 최장수 비둘기라는 타이틀을 얻었다고 2013년 11월 10일, 영국의 메트로가 보도한바 있다. 비둘기 나이 24살은 사람으로는 147세에 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어미 비둘기는 목에 있는 모이주머니 안쪽 벽에서 생성되는 영양제인 비둘기젖(피존밀크)을 부화한 새끼에게 먹여 키운다. capture: zmescience.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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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존밀크! 경이적 성장의 원동력
그 둥지는 작지만 매우 정교하게 만들었으며, 암수 둘 다 집을 짓는데 동참을 하고 알을 품는 것도 번갈아 가면서 한다. 비둘기는 첫째 알이 부화하고 나면 새끼 기르는 일은 수컷에게 맡기고, 암컷은 두 번째 알을 부화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하나 놀라운 점은 비둘기는 새끼에게 액상 치즈처럼 노랗고 점도가 높은 젖을 먹인다는 사실이다. 어미 비둘기는 목에 있는 모이주머니 안쪽 벽에서 생성되는 영양제인 ‘비둘기젖(피존밀크)’을 부화한 새끼에게 먹여 키운다.
비둘기의 소낭(모이주머니)에는 소화를 돕는 ‘소낭샘’이라는 게 있는데, 여기에서 ‘소낭유’(嗉囊乳)가 나온다. 성분은 단백질이 60%, 지방이 32~36%, 탄수화물이 1~3%이고, 칼슘이나 나트륨 등 미네랄과 면역력을 키우는 항체도 들어있다. 이처럼, 농축 영양덩어리여서 성장에 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밝혀진다.
어미는 이 피존 밀크를 반쯤 소화된 곡식과 함께 개워내서 새끼에게 먹이는데, 먹이 욕심이 왕성한 새끼는 어미의 식도 안쪽까지 머리를 집어넣고 받아먹는다. 처음에는 매우 물이 많고 잘 흐르지만, 점점 갈수록 농도가 진해지고 곡식이 덜 소화된 상태로 나온다. 무슨 곡식 가루를 섞어놓은 듯 한 곤죽 형태에 매우 진한 냄새이고, 굉장히 느끼하고 역한 맛이라는 것이다.
더욱 특이한 것은 암수 모두 이런 특별 이유식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새끼는 이 젖을 먹고 10일 정도가 지난 후부터 씨앗 등의 딱딱한 먹이를 먹는다. 비둘기 새끼는 생후 7주가 되면 다른 성체와 구별이 잘 안 될 만큼 자란다. 태어날 때는 노란 깃털이었다가 크면서 어미 새와 같은 깃털로 바꾸게 되는데 노란 깃털 시기에는 포유류의 젓과 비슷한 액체를 토해내서 먹이는 것이다. 어른들이 멧비둘기 어린 새끼는 키우기 어렵다는 말을 했던 이유가 바로 이런 특성 때문이다.
▲ 먹이 욕심이 왕성한 새끼는 어미의 식도 안쪽까지 머리를 집어넣고 피존 밀크를 받아먹는다. capture: stpodcastontheleft.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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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 없는 비둘기들은, 앞서 언급했던 뱃속의 모래주머니가 있어 먹이와 함께 먹는 모래, 돌멩이들이 이곳에서 먹이를 부수어 소화를 도운다. 특이한 점은 대부분의 조류는 물을 마실 때 물을 부리에 물고 목과 부리를 위로 향한 다음 물을 마시는데 반해, 멧비둘기는 부리를 아래로 향한 채 물속에 부리를 넣어 물을 마신다.
왜 비둘기 새끼는 보기 어려울까? 아마 그 이유는 둥지를 잘 숨기는 데다 새끼가 자랄 때까지 한곳에 머무르는 비둘기의 습성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비둘기 떼에서 어린 비둘기를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몸집에 비해 부리가 큰 비둘기는 어릴 가능성이 높다. 몸집이 약간 더디게 성숙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눈빛에서 더 정확한 단서를 찾을 수 있다. 어린 비둘기는 눈빛이 갈색이지만 나이가 들수록 붉은빛이 강한 주황색으로 변한다고 한다.
● 청력과 시력 등 ‘모든 지능 탁월’
멧비둘기와 집비둘기 모두 청력이 대단히 뛰어난 새다. 비둘기는 0.05㎐ 정도의 초저주파(infrasound)를 들을 수 있는데, 바다에서 치는 파도가 내는 초저주파를 듣고 비둘기가 바다의 위치를 파악해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시력 역시 탁월하다. 양 눈의 위치가 340도까지 살필 수 있어서 높이 날아오르면 사방 40km 이상의 시야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고 한다. 시력뿐만 아니라 기억력도 아주 좋은 것으로 밝혀졌는데 사람을 기억하는 몇 안 되는 새 중 하나다. 비둘기는 특이한 건물이나 강, 도로, 언덕 등을 기억했다가 집을 찾는 데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집비둘기가 먹이를 주는 사람을 기억하고 졸졸 따라다니는 모습도 종종 볼 수 있다. 또한 도시에 사는 비둘기들이 사람들이 만들어 둔 시설물을 적극적으로 이용할 줄 아는 걸로 봤을 때, 비둘기들의 지능은 무시할 수준은 절대 아니다.
더욱이 비둘기는 붉은털원숭이 등 영장류에 비교될 정도로 똑똑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1년 프랑스 연구팀은 비둘기가 먹이를 주는 친절한 사람과 적대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의 얼굴을 구별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옷을 서로 바꿔 입어도 적대적인 사람을 알고 피했다는 것이다.
또, 비둘기가 숫자를 셀 수 있다는 사실이 실험으로 확인됐다. 2011년 뉴질랜드 연구팀은 터치스크린을 활용해 비둘기가 셋까지 셀 수 있도록 먹이를 주며 훈련을 시켰다. 그 후 연구팀은 비둘기가 몇 개 숫자를 응용해 더 큰 숫자인 9까지 알아맞히는 것도 확인했다.
지난 2015년 미국 아이오와대 연구팀은 비둘기에게 아기·개·오리·꽃 등 16가지 범주의 사진 128장을 보여주고, 범주에 맞춰 분류하도록 하는 실험을 진행했더니, 비둘기가 사진을 성공적으로 분류했다고 보고했다.
비둘기는 제자리에서 날아오를 수 있는 새 중 가장 큰 몸집을 가지는 새라고 한다. 이 이상의 체중을 가지는 조류는 고도를 올리려면 어떤 식으로든 도움닫기가 필요하다. 또한 날다가 공중에서 잠깐 멈추는 능력이 뛰어나다. 이걸로 멈춘 후 바로 돌아서 날아가는 데에 능하기에 심지어 자기보다 빠르더라도 매 등의 맹금류를 쉽게 피할 수 있다.
비둘기가 먼 거리를 이동하면서 정확하게 자신이 살던 동네 집으로 찾아오는 비결은 이처럼, 뛰어난 시력과 냄새 감각, 기억력 등에 있었던 것이다.
▲ 비둘기의 체내에 축적된 오염물질을 측정한다면 사람들이 어떤 오염에 노출되고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pix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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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족외혼과 엄격한 일부일처제
비둘기는 일부일처제로 자신의 짝에게 굉장히 헌신하는 동물이다. 또한 한 집단의 암컷이 다른 수컷의 집단으로 이동하는 족외혼을 엄격하게 지킨다. 무리 안의 수컷이 지나치게 늘어나면 우두머리 비둘기가 다른 비둘기를 공격하여 내쫓는다.
한국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야생 비둘기는 멧비둘기라는 비둘기의 한 종류다. 도시 외곽이나 동네 뒷산에서도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는 비둘기다. 도시에서 사는 비둘기들과 달리 꽤나 날렵하고 사람을 경계한다. 철저히 단독 생활을 하도록 발달했기에 가족이 아닌 다른 개체에 대해 매우 공격적이다. 부리도 날카롭고 무는 힘도 강해서 잘못 건드렸다가는 피를 볼 수도 있다.
좁은 우리에 두면 서로 싸워 끝장을 보는 경우가 있다. 오스트리아의 동물학자 ‘콘라트 로렌츠’(Konrad Lorenz, 1903년~1989년)의 연구에 따르면, 비둘기 2마리가 싸움이 붙었는데 승리한 1마리는 발밑에 널브러진 상대방을 지친 상태에서도 끊임없이 쪼아댄다. 원인은 좁은 사육장에 동성의 개체를 넣어둔 것이었다.
● 지자체 상징새 ‘환경오염지표’로
서양의 기독교 전통 속에서는 비둘기는 상서로운 존재였다. 기독교 구약성경 ‘창세기’에는 올리브 나뭇가지를 물고 온 비둘기가 등장한다. 바로 노아의 홍수다. 방주에서 노아가 날려 보낸 비둘기는 홍수가 끝나고 뭍이 드러나기 시작한 것을 알려줬다. 신약성경에서도 나온다. 예수가 세례자 요한에게 세례를 받을 때 하늘에서 성령이 비둘기 모양으로 내려왔다.
한국에서 비둘기는 예전만큼 사랑을 받지는 못하지만, 여전히 많은 자치단체에서 상징종으로 남아 있다. 2013년 ‘생태와 환경’에 발표된 부산대 주기재 교수팀의 논문 ‘지방자치단체 자연상징물(새, 꽃, 나무)의 다양성과 분포: 생물다양성의 인식도 평가’에 따르면 전국 222개 기초지방자치단체 중 50곳(22.5%)이 비둘기를 상징새로 지정하고 있었다. 이는 까치(55곳) 다음으로 많은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330여 종의 비둘기가 있고, 국내에서도 8종의 비둘기가 관찰된다. 이 중에서도 울릉도와 남해안에 사는 흑비둘기와 지리산 등지에 사는 양비둘기는 멸종위기종으로 보호를 받는다. 문화재청은 흑비둘기를 천연기념물 제447호로, 울릉도 사동의 서식지를 천연기념물 제237호로 지정했다.
한편, 도시 비둘기는 사람과 조건에서 살아가기 때문에 오염 지표 역할을 한다. 도시의 집비둘기는 사람과 동일한 환경오염에 노출된다. 도시의 공기를 숨 쉬고, 음식도 먹기도 한다. 비둘기의 체내에 축적된 오염물질을 측정한다면 사람들이 어떤 오염에 노출되고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특히 비교적 긴 시간 동안 오염에 됐을 때 몸이 어떻게 축적되는지를 알려주기도 한다.
국립환경과학원은 ‘환경오염 지표종인 집비둘기 시료의 부위별 중금속 농축특성 연구’라는 보고서로 발표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지난 2013년 서울 한강공원에서 집비둘기 11마리와 알 18개를, 농촌 지역인 전남 함평군 함평공원에서 비둘기 14마리와 알 34개를 채집해 분석했다.
혈액·허파·뼈의 조직을 분석한 결과, 유해 중금속인 납 농도가 한강공원이 함평공원에 비해 높았다. 특히 뼈의 경우 납 오염도가 3~4배 높았다. 한강공원의 경우 건조중량 1g당 납이 평균 16.21㎍(마이크로그램, 1㎍=100만분의 1g)이었는데 비해 함평공원은 4.858㎍이었다.
깃털과 알껍데기에서도 한강공원의 오염도가 높았다. 깃털 속 납 농도는 한강공원이 g당 평균 2.07㎍이었고, 함평공원은 0.692㎍을 보였다. 알껍데기는 한강공원이 g당 0.131㎍, 함평공원은 0.082㎍이었다. 환경과학원 연구팀은 비둘기 깃털을 수집해 중금속 오염도를 모니터링할 경우, 대상 생물을 죽이지 않고도 조사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결국, 비둘기는 한국의 열차에서도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한국의 철도에서도 비둘기호라는 완행열차를 볼 수 있었지만 CDC 디젤동차로 통합된 뒤 운행이 중단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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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닝선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