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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21.04.13 [0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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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작가 朴又木’ 혈맥(血脈) ‘인연’(13회)
 
작가 朴又木
 

내심 당황했으나질문을 참았다.

 

▲ 작가 朴又木

이윽고 그의 경쟁자를 선수(先手)로 마상 경사가 시작되었다. 말을 달리며 옆으로 몸을 돌려 화살을 메기고 겨냥해 쏜다는 것은 서서 쏘는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어려워 명중률이 열 대 중에 서너 대 정도가 고작이었다. 그러므로 여간한 명궁과 말 타기에 능숙하지 않고서는 십중팔구조차 명중이 어려웠다.

 

세 번째 화살에서 벌써 선수가 명중에 실패한 반면 그는 성공했다. 여섯 번째까지 선수가 계속 실패하다 일곱 번째에 성공했다. 그는 흔들림 없이 계속 명중이었다. 선수가 나머지 세 대의 화살을 명중시키지 못하고 물러났다.

 

그러나 그는 달랐다. 갈수록 침착하고 화살이 힘차게 날아갔다. 마지막 순번에 달려 나왔을 때 관중은 그가 무엇을 시도하려는가를 알아차리고 그만 너무나도 놀라 웅성거리며 숨 죽여 지켜봤다. 그가 두 대의 화살을 입에 물고 한 대의 화살을 매겨 등장했기 때문이다.

 

한 대의 활을 쏘는 거리를 달리며 세 대를 연달아 쏘려는 것이다. 그런 관중은 힘과 민첩함과 말과의 호흡이 관건으로 고도의 기술을 요하는 것이었다. 게다가 자칫 실패하면 그때까지 이룩한 성공과 명성을 아깝게 툭탁칠지도 모르므로 여간한 자신감이 아니고서는 감히 시도하기 어려운 도전이었다.

 

첫 번째 화살을 날리자마자 재빨리 두 번째 화살을 날렸는데 이미 그때 말은 과녁의 사각지대인 사장 귀퉁이로 접근하고 있었다. 그 방향에서 겨냥을 하려면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서 직립한 자세를 허물어 말의 아랫배 쪽으로 몸을 낮춰 활을 당겨야했다.

 

세 대의 화살을 다 쏜 후에야 명중 여부를 확인할 수밖에 없었으므로 관중은 처음 두 대의 화살이 과녁에 꽂히는 장면만 확인하고는 미처 함성도 지르지 못한 채 궁금증과 초조감에 이끌려 온통 마지막 화살을 어떻게 쏠 것인지에 매달려 말을 쫓아갔다.

 

놀라운 광경이 벌어졌다. 그가 왼발을 등자(鐙子, 말안장의 발걸이)에 끼워 버티고 반대편 등자를 오른발로 누르며 몸을 말 아랫배 쪽으로 낮춰 비스듬히 틀며 조준해서 활을 당겼다. 그 일련의 동작이 순식간에 끝나고 제자리로 돌아간 그가 과녁 쪽으로 달려갔다. 그때 세 발이 다 명중했다고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관중은 그의 신기에 가까운 솜씨에 넋을 잃고 말았다. 함성이 일어나고 마구 사장 안으로 달려 나와 그가 탄 말을 에워쌌다. 그리고 말고삐를 붙잡고 성주에게로 나아갔다.

 

성주와 달솔 여수장어가 단 아래로 내려와 그를 맞아 축하했다. 그리고 이어 달솔이 시상을 했다. 가장 많이 잡은 사람, 경사대회에서 최후로 남은 다섯 사람 등에게 상을 주었는데 부선랑은 가장 큰 짐승을 잡은 상을 받았다. 그런데 막상 성광에게는 상이 없었다. 그가 극구 사양했기 때문이다.

 

시상이 끝나자 곧 잔치가 벌어졌다. 술과 안주가 동이마다 가득하고 소쿠리마다 수북했다. 주종 간의 벽을 허물고 남녀노소 간의 격의를 허문 채 가을의 풍년을 감사하고 그날의 잔치를 즐거워하며 마시고 노래하며 춤췄다.

 

잔치가 무르익어갈 즈음에 그가 성주에게 불려갔다. 그 자리에는 달솔 일행과 성주의 중신들이 술잔을 나누고 있었다. “성주님의 부름을 받고 왔습니다.”

 

그가 읍례를 올리자 성주가 맞은편 자리를 가리키며 앉기를 권했다. “상을 준다 해도 사양했으니 술잔에나 상찬을 담아 권할 수밖에 없겠네. 자 내 잔을 받게나.”

 

성주가 손수 술을 따랐다. 그가 술잔을 비우자 다시 술을 채웠다. “이번 잔은 내 딸의 목숨을 구해준 은인에게 주는 감사의 술일세. 내 그 은혜는 후에 따로 관대(款待)하는 자리를 마련할 것이네.”

 

감사합니다.” 이번엔 달솔이 그에게 잔을 건넸다. “내가 이번 행보에 오지 누항에 숨어사는 대단한 인재를 만났네. 자네는 백제에서도 견줄만한 사람이 몇 안 되는 가히 신궁일세. 내 근자에 보지 못한 경사대회에서 누린 즐거움에 대한 보답으로 권하는 술일세. 드시게.”

 

그가 술잔을 입으로 가져가며 맞은편으로 부선랑 부부를 건너다 봤다. 부선랑의 미소를 머금은 눈은 그를 향해 환하게 빛나고 있었으나 남편인 강선고의 시선은 싸늘했다.

 

여강선고는 섬세한 감성을 소유한 문인으로 우악스런 무인을 경멸했다. 내켜 따라온 원행도 아니려니와 요조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아내가 특청으로 등장시킨 성광이 일약 영웅이 되어 아내의 환심을 독차지한 데 그만 심사가 뒤틀리고 만 것이다.

 

(그의 그때 헐간(歇看)이 뿌리를 내려 평생 성광의 관면(冠冕, 벼슬하는 일)에 걸림돌이 되리라고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다. 또한 그때의 인연으로 부선랑이 평생 이루지 못할 슬픈 사랑에 잡혀 몸부림치게 되리라고는 그녀 자신조차도 알지 못했다.)

 

달솔 여수장어가 비성을 떠나며 큰아들인 북방(웅진성)의 광무군(光武君)방령(方領, 달솔)에게 봉서를 보냈는데 성광을 추천하는 내용이었다.

 

달솔이 광무군에게 이르기를, ‘아비가 비성에 왔다가 형산(荊山)의 박옥(璞玉)을 발견하였다. 내가 초나라 여왕(勵王)이나 무왕(武王)같은 우를 범할까 두려운 마음으로 그 박옥을 너에게 맡기려 하니 문왕(文王)같은 현철함으로 박옥을 다듬어 화씨지벽(和氏之壁)의 명기(名器)를 만들어 왕 보위에 세우도록 하라.’라 적었다.

 

(저 고사는 숨은 인재를 알아보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경계하는 것이며, 아무리 형산에 묻힌 박옥일지라도 박옥임을 알아보는 이를 만나 다듬어져야 명기가 될 수 있다는 가르침이기도 하다.)

 

성광이 달솔 여수장어의 천거로 웅진성으로 방령 광무군을 찾아간 때는 봄이었다. 그가 여각에 사처를 잡고 방령 집무처를 찾아가 봉서를 올렸다. 그러나 사처에서 기다린 지 닷새가 지나도록 종무소식이었다. 이레가 되어서야 방령이 보낸 인편을 따라 보기(步騎)군영으로 갔다.

 

한 별장이 그를 접견했다.

그대가 비성에서 온 김성광인가?”

매우 무뚝뚝하고 사무적인 어투였다.

그렇습니다.”

 

그대가 여기 북방에서 근무하기로 되었다고 들었다. 맞는가?”

방령께 천거를 받아 왔습니다만.”

그런 건 나는 모른다. 상부에서 지시한 대로 수행할 뿐이다. 내일부터 그대의 근무지는 우선 마방이다. 알아들었는가?”

 

성광이 내심 당황했으나 우선 내린 임시배치로 이해하고 질문을 참았다.

사처로 돌아오며 성광은 꼭 무엇에 홀린 것 같은 기분에 젖었다. 비화가야의 왕자 신분은 이미 벗어던진 지 오래되었다 치더라도 비성에서 영웅 대접을 받은 지가 불과 석 달 전인데 그것도 달솔의 천거를 받아 찾아온 데서 마구간에서 말똥이나 치우고 말을 돌보는 말지기 노릇을 하라니 기가 찰 노릇이었다.

 

그는 이른 저녁을 먹고 행장을 챙겨 다시 군영으로 갔다. 가는 길에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자신의 운명을 예단하지 않고 때를 기다려 지금까지 해 왔던 것처럼 최선을 다하리라 결심했다.

 


원본 기사 보기:womansens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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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1/03/29 [23:17]  최종편집: ⓒ 해피! 우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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