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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21.04.13 [0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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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경순 ‘델피 신전의 미스테리’(12회-마지막회)
“인간 이솝! 우화를 싣고 사막을 걷다”
 
손경순 작가
 

이솝, 장미빛 언덕을 날다

 

 

▲ 손경순 작가   

이솝은 아폴론 신전으로 오르는 언덕길에서 한 떼의 델피 시민들을 만났다. 이솝을 본 델피 시민들은 대뜸 우화를 들려달라고 했다.

 

존경하는 델피 시민 여러분. 델포이 신전에 새겨진 세 가지 격언은 늘 저를 감동시킵니다. ‘너 자신을 알라, 무엇이든 지나치면 안 된다. 서약에는 화가 따르기 쉽다.’ 이 격언은 아주 간단하면서도 심오한 삶의 지혜가 담겨있습니다. 부족한 저에게 우화를 들려달라고 하시니, 신의 거룩한 땅에서 태어나서 자란, 축복받은 시민 여러분께는 새로운 우화를 몇 가지 들려드리겠습니다.”

 

우화 <무신론자와 참새>

 

한 무신론자가 신탁이 사기임을 입증해 보이겠다고 내기를 걸었습니다.

약속한 날이 되자 그는 작은 제비 한 마리를 한 손아귀에 쥐고

신탁을 마주하고 자기 손안에 있는 것이 산 것인지 죽은 것인지 여쭈었습니다.

제 손에 있는 이 제비는 살아있을까요, 아니면 죽었을까요?”

신께서 죽었다.’ 대답하면 산 제비를 보여주고,

살았다.’ 대답하면 목졸라 죽인 제비를 내놓으려는 속셈이었습니다.

그러나 아폴론 신께서는 무신론자의 못된 의도를 간파하고 말씀하셨습니다.

그쯤 해두어라! 네가 쥐고 있는 것이 산 것인지 죽은 것인지는 오직 네 마음에 달렸으니까.”

아폴론 신께서는 어떤 인간의 상상도 초월하십니다.

 

델피 시민들은 이솝의 우화를 듣자 미리 짠 것처럼 일제히 비웃고 야유를 보냈다.

, 딱 걸렸네! 델피 신탁이 엉터리라고 소문내는 것이 바로 당신이었군, 그래!”

이솝, 당신이 바로 궤변론자다. 네가 어찌 제우스 신의 뜻을 전하는 현자란 말인가?”

 

제우스가 너의 신일 리가 없으니, 진짜 너의 신은 누구인가? 여우가 너의 신인가?”

관중의 박수와 웃음이 아닌 이런 비아냥과 낯선 반응에 이솝과 헤르밉푸스는 당황했다.

이솝은 어이없고 화가 났으나 침착하게 말을 이어갔다.

 

신화와 우화를 혼동하지 마십시오. 우화는 인간들의 숨겨진 본성을 보여줍니다.

오해하지 마십시오. 우화 속 사자나 여우, 혹은 개미 같은 곤충과 짐승들은 매번 다르게 나타납니다. 때론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속임수를 쓰기도 하고, 비굴해지기도 합니다.”

그럼, 우리 신의 땅 델피 신전이 알고 보니, 소문과 달리 그렇게 형편없는 신전이란 말이오, 아니란 말이오? 신전의 성물을 팔아먹었다는 제사장 얘기는 무슨 말이오.”

 

아닙니다. 제사장 얘기는 제 얘기가 아니고, 이미 다 해결된 것입니다. 제 이야기를 끝까지 잘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제가 어찌 감히 가이아와 아폴론 신의 도시 델피를 그렇게 폄훼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이런 우화도 있습니다.”

 

우화 <신의 조각상을 나르는 나귀>

 

하루는 당나귀가 새로 세운 신전에 모실 신의 조각상을 옮기게 되었습니다.

등에 지고 가는 물건이 무엇인지 모르는 당나귀는 힘들게 신상을 나르고 있었습니다.

지나가던 마을 사람들마다 멈춰 서서 조각상에게 공손히 절을 했습니다.

당나귀는 모든 사람들이 난데없이 자기 앞에 엎드려 절을 하자 어리둥절했습니다.

마치 신이라도 된 듯 착각에 빠진 당나귀는

우쭐해진 마음에 크게 울부짖으며 길 한가운데 서서 거만하게 꼼짝 않고 버텼습니다.

주인은 당나귀의 생각을 알아차리고 채찍으로 엉덩이를 때리면서 비웃었습니다.

미련하고 어리석은 놈아! 사람들이 절을 하는 것은 네가 짊어진 신상(神像)에게 하는 거야.”

 

우화 <생쥐와 개구리>

 

 

개구리는 단단히 묶인 발목 때문에 공중으로 올려졌고 함께 독수리의 밥이 되고 말았습니다.  

생쥐와 개구리가 이웃해서 살고 있었습니다.

개구리는 쥐가 먹이를 많이 차지하는 생쥐를 혼내주리라고 마음먹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개구리가 생쥐에게 친구가 되어 늘 함께 다니자며 접근을 하였습니다.

생쥐는 찬성했고, 친구의 상징으로 서로의 발목을 조금 긴 노끈으로 단단히 묶었습니다.

한동안 둘은 들판을 사이좋게 잘 돌아다녔습니다.

마침내 연못에 다다랐을 때 개구리가 물에 뛰어들었습니다.

헤엄을 못치는 생쥐는 발버둥쳤지만 개구리는 깊은 물 속으로 헤엄쳐 들어갔습니다.

이윽고 익사한 생쥐가 물에 뜨게 되자 멀리서 먹이를 노리던 독수리가 생쥐를 낚아챘습니다.

개구리는 단단히 묶인 발목 때문에 공중으로 올려졌고 함께 독수리의 밥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솝은 우화로 자신의 무죄를 전하려 했으나, 그들은 더욱 미친 듯 광분하여 듣지 않았다

서둘러 델피를 떠난 지 얼마 안 되어, 말탄 병사들이 달려와서 이솝 앞을 가로막았다.

우화마다 델피를 모욕하고 있고, 델피 신전의 제사장을 의심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리디아 왕이 보낸 헌금은 왜 안 내놓고 도망치고 있는가. 헌금 횡령에 신성모독이다.”

 

리디아 왕을 만난 것이 10년 전인데, 신전헌금을 내게 맡겼다는 것은 꾸며낸 거짓말이다.

나를 재판에 넘겨서 소명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 했으나 그들은 막무가내였다.

그들은 다짜고짜로 신성모독은 사형감이라며, 이솝을 신전 앞 절벽으로 잡아끌고 갔다.

죽음을 예감한 이솝은 자신을 잡고 있는 손을 밀치고 재갈을 풀고 말을 했다.

 

사악한 시민들이여! 내 입을 막는다고 진실이 가려지지는 않는다. 어둠 속에서도 악취가 번지듯 나의 억울한 죽음은 곧 알려질 것이다. 그대들의 땅에서 부당하게 죽은 나의 말(우화)을 애도하며 모두가 듣기를 원하노라. 그대들은 나의 고통과 부당한 처벌로 그대들이 받아 마땅한 복수를 당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광분한 델피시민들은 이솝의 말에 소리쳤다.

좋아, 아폴론신이 누구 편을 드실지, 어떻게 복수하는지 두고 보자. 델피시민의 명예를 걸고 너를 처형한다.”

석양빛이 붉게 물든 언덕에서 그들은 이솝을 장미빛 절벽 아래로 밀어버렸다.

헤르밉푸스의 절규와 함께, 이솝은 붉은 노을 속으로 깃털처럼 가볍게 날아갔다.

 

이솝이 살해된 후, 델피시민들은 심한 기근과 전염병, 크나큰 분노와 광기에 시달렸다.

사모스와 아테네에서 관리를 파견하여 델피 시민들을 조사하고 그들에게 엄격한 벌이 가해졌다. 아폴론 신의 노여움인 듯 페스트가 창궐하여 델피인구 1/3이 죽었으나 페스트가 사라지지 않았다. 신탁에 의해서 델피시에서 이솝의 유가족에게 200년간 보상금을 지불했다.

 

이솝은 사라졌지만, 그의 우화는 살아있다. 우화는 지금도, 죄에 물들고 타락하는 생존지에 자연발생적으로 되살아나서, 인간성을 상실하고 정의를 파괴하는 자들의 잠든 영혼을 흔들어 깨우고 있다. ()

 

 

 

 

 


원본 기사 보기:모닝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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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1/03/23 [22:29]  최종편집: ⓒ 해피! 우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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