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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20.09.30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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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석 작가의 이색적 감성동화 “나무가 되고 싶었던 소녀” (11회)
 
김동석 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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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의 신록은 눈부시다.(11)

 

 

    

 

 

앞이 보이지 않아서 답답해요.”

그래도 참아야 해.”

나무들은 서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숲에 도착한 소녀는 조용히 귀를 기울였다. 나무들이 하는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다. 나무가 되고 싶었던 소녀에게 숲은 많은 이야기를 들려줬다.

나뭇가지 몇 개만 꺾어주면 좋겠어요.”

안 돼!”

 

어미 새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어미 새는 숲이 우거진 곳을 찾아 둥지를 만들고 알을 하나 낳았다. 새끼를 키워야 하는 어미들은 잘 먹어야 한다. 또 새끼들의 먹이를 챙겨야 한다.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어미들은 저마다 지혜롭게 가장 안전한 곳을 찾아서 알을 낳고 새끼를 낳아서 기른다.

 

엄마도 이곳에서 태어났어요?”

그래.”

그때도 앞이 안 보였어요?”

그랬단다.”

엄마도 나처럼 나뭇가지를 꺾어 달라고 했어요?”

 

당연하지.”

새끼 새는 조금 이해하는 듯 머리를 끄덕였다. 그리고 멀리까지 보려고 눈을 크게 뜨고 발을 높이 들었다.

얘야. 신록이 우거지고 아름다운 건 아마도 생명을 잉태하고 키우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란다.”

 

다른 새들도 새끼를 키우는 거예요?”

그럼. 숲 속에 사는 동물들은 모두 새끼를 낳고 기른단다.”

곧 친구도 만나요?”

당연하지.”

 

오늘도 하늘은 더없이 맑고 신록은 한층 더 신선하고 생기 있었다. 마음대로 뒤틀린 나무가 신록으로 가득 찰 때 숲은 예쁜 꽃과 신선한 향기가 가득했다. 또 동물과 곤충들의 세상이 된다. 지저귀는 새소리에 뒤틀린 나무들이 춤을 추기 시작하고 꽃들은 향기를 내품기 시작했다. 이런 숲을 소녀는 제일 좋아했다.

 

엄마. 나뭇가지는 왜 뒤틀리고 엉켜있어요.”

그건. 자유롭게 살고 싶은 것 일거야. 그리고 자세히 보면 모든 나뭇가지와 잎들이 빛을 향해 자라는 것을 볼 수 있단다.”

빛이 없으면 어떻게 되요?”

 

빛이 없으면 살 수 없지. 너도 태어날 수 없고.”

세상에서 빛이 제일 소중한 거예요?”

아마도 그럴 거야. 꽃이 피고 신록이 우거지고 다시 낙엽이 지는 계절을 지나면 앙상한 가지만 남는단다. 그리고 긴 겨울이 시작된단다.”

 

겨울에는 왜 앙상한 가지만 남게 되요?”

그건 추운 날씨 탓도 있지만 아마도 빛이 어딘가로 여행을 떠나서 그럴 거야.”

그럼 겨울에는 빛이 없어요?”

아니. 빛이 있긴 한데 지금보다는 낮이 짧고 밤이 길어서 그렇단다.”

 

밤에는 왜 빛이 없어요?”

밤에도 빛은 있지. 어둠도 빛이라고 봐야지.”

밤에도 낮과 같은 빛이 있으면 되잖아요?”

하루 종일 낮과 같은 빛이 있으면 힘들고 피곤해서 아마도 일찍 죽게 될 거야.”

 

죽는다고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언젠가는 죽는단다.”

엄마도 죽어요?”

죽지. 자연은 생성과 소멸의 연속이란다. 태어나면 언젠가는 죽고 또 다른 생명이 탄생하는 거야.”

 

슬프고 무서워요.”

얘야. 슬프고 무서워할 게 아니란다. 자연의 이치를 받아들이는 거란다.

강가에 가서 먹이를 잡아 올 테니 조용히 자고 있어라.”

 

알을 낳고 새끼를 키우도록 나무는 울타리를 만들어 들키지 않게 해준다. 그래서 어미 새는 멀리까지 가서 물고기를 사냥해 와도 새끼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생명의 탄생은 곧 종족 보존이라는 사명감까지 담겨 있다. 종족을 보존하기 위해서 다른 새의 둥지에 알을 낳고 새끼를 키우는 새가 있는가 하면 단순히 배가 고파서 사냥에만 열중인 동물도 있다. 아주 작은 애벌레도 나뭇잎을 열심히 먹어치우면서 나방이 되어 날고자 한다.

 

숲은 말이 없지만 보이지 않는 우리 속에서 생명이 태동하는 곳이다. 생성과 소멸이 이뤄지는 자연의 이치를 따르는 것이 숲의 역할이다. 더 많은 산소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 대지에 내리는 빗물을 먹고 따뜻한 햇살을 맞이하는 모습은 어머니와 다를 게 없다.

 

아름다운 숲은 사람들을 부르고 자연의 재앙을 막아준다. 무엇을 바라지 않고 한없이 주기만 하는 신록의 가치는 무한하다. 앙상한 가지에 신록이 더해지는 것과 작가가 캔버스에 물감을 칠해가는 것이 다를 게 무엇인가?

 

작가에게 찾아오는 창작의 고통이 고스란히 숲 속에서도 이뤄진다. 작가가 창작을 하기 위해서는 물감과 붓, 그리고 캔버스가 필요하듯 숲이 우거지기 위해서는 빛과 물이 필요하다.

 

창작의 고통 속에서 작품이 완성되어 가듯 신록도 빛과 시간을 통해 아름답게 꽃피어간다. 말없는 나무라고 함부로 대해서는 안 된다. 더 높이 자라서 더 멀리 보고 싶어 하는 것을 보면 인간의 욕망 못지않은 숲과 나무만의 욕망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뒤틀린 나뭇가지를 봐라. 누군가 만들어 놓은 퍼즐 조각 같지 않은가? 세상도 마찬가지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모두 퍼즐조각과 같다. 그 조각들이 모여 전체를 이루고 있다. 숲만 봐도 그렇다. 자유롭게 뒤틀린 나뭇가지가 만들어 내는 작은 퍼즐 속에는 아직 우리가 알 수 없는 무엇인가가 있다. 숲속의 요정일지 아니면 천사의 얼굴일지 모른다. 나뭇가지 사이로 만들어 내는 형상들은 어쩌면 신의 영역인지도 모른다.

 

숲에 가면 무엇을 볼 것인가?”

사람들은 신선한 공기를 마시기 위해서 숲에 가거나 아름다움을 보기 위해서 갔다. 나무와 숲의 가치를 알고 가지만 그 속에 숨은 진정한 가치는 보지 못하고 오는 경우가 많았다.

 

한 그루 나무가 우뚝 서 있으면 사람과 마찬가지로 어딘가 외로워 보였다. 한 그루 나무가 아름답다 해도 전체의 숲에 비하면 아주 작은 감동을 줄 뿐이다.

엄마. 저기 뭐가 있어요.”

 

어디?”

빛이 비추는 나뭇가지 사이에.”

뭐 같아?”

모르겠어요. 둥그렇기도 하고 길게 늘어진 것 같기도 해요.”

맞아. 잘 보았다.”

 

저게 뭐예요?”

꽃이란다. 신록을 뚫고 들어와서 만들어 내는 빛의 꽃.”

빛의 꽃?”

 

숲이 우거져서 빛이 보이지 않는 것 같지만 빛은 저렇게 자연스럽게 나뭇가지와 잎들 사이로 들어와 멋지게 빛의 꽃을 피운단다. 그래서 숲이 아름다운 거지.”

정말 멋져요.”

이곳저곳을 자세히 보면 빛의 꽃이 많을 거다.”

 

저기도 있어요. 아카시아 꽃 사이에.”

저건 장미꽃 같구나.”

저기도 있어요. 도토리 나뭇가지 사이에.”

거기도 있구나. 저건 해바라기 같은 데!”

 

숲은 이처럼 우리가 보지 못한 꽃들을 만들어 냈다. 아름다움과 산소만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동식물과 빛이 서로 함께 어우러져 더 멋진 작품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아가. 날 수 있겠지?”

.”

더 넓은 세상으로 날아갈 거야. 아주 멀리.”

여기서 살면 안 돼요?”

 

너에게는 더 넓은 세상이 필요하단다.”

알겠어요. 엄마.”

무럭무럭 자란 어린 새는 나무가 되고 싶었던 소녀가 숲에 오기 며칠 전 엄마 새를 따라 먼 길을 떠났다.

 

싱그러운 숲길을 걷다보면 어린 가지들이 바람에 하나 둘 떨어질 때가 있었다. 나무 아래 사이사이로 보랏빛 엘레지 꽃이 만개한 숲의 아름다움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소녀의 손에 든 카메라가 꼼지락 거릴 때면 어김없이 나뭇가지 사이의 외광이 아름다움을 펼치는 찰나의 순간이었다.

 

개구리 울름소리가 커질수록 숲의 신록은 연두색 나무 잎과 짙은 초록 나무 잎을 만들어갔다. 신록의 계절이 오면 숲으로 달려가는 소녀의 마음을 알 듯 했다.

 

오늘은 또 어떤 외광이 나를 반길까?”

어른이 될수록 소녀는 더 빛나는 외광을 찾으러 다닌다. 빛을 찾는 게 아니라 빛이 생성하는 또 다른 빛의 향연을 찾는 것이었다. 기계화에 길들여지고 나빠지는 시력 탓도 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만의 감각으로 숲에서 새로운 외광을 찾아서 캔버스에 옮기는 작업을 계속 했다.

 

“‘KOMOREBI’ 마법사가 왔다갔군!”

초록 나뭇잎 사이로 비추는 빛은 마법사가 한바탕 마법을 부린 것처럼 다양한 모습으로 퍼즐을 만들어 냈다. 그 사이로 비추는 빛은 소녀의 마음을 움직였다.

! 찰나의 순간을 또 만났다.”

 

숲에서 만나는 찰나의 순간을 소녀는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캔버스가 없으면 카메라에 우선 담았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서 밤새 작업을 했다. 그 순간이 변화하기 전에 그리고 싶기 때문이었다.

 

나무들은 어느새 숲이 된다.

무너진 나무 틈으로 빛이 들어간다.

잠자던 씨앗이 눈을 비빈다.

그날의 신록은 눈부시다.

<작가의 도록에서>

 

 

 

계절이 뚜렷한 한국의 신록은 눈부시도록 아름답다. 특히 숲에서 보는 외광의 실체는 소녀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눈부셔서 볼 수가 없어.”

신록 사이로 외광이 비추는 모습을 찾아 외치는 소녀의 한 마디가 숲속을 녹아내렸다. 얼마나 아름다우면 눈부셔서 볼 수가 없을까?

 

숲에서 만난 신록은 희망과도 같은 것이다. 긴 겨울동안 앙상한 가지만 남긴 채 사라져버린 신록은 새로운 탄생의 신비를 간직하고 태어났기 때문이다. 어제의 신록이 아닌 지금 이 순간의 신록이기 때문이다.

 

자연에 대한 인간의 지배가 증대하면 할수록 숲의 중요성이 부각될 것이다. 무엇이 무엇을 지배한다는 말은 의미가 없다. 함께 공존하고 공생하는 것이다. 그래서 숲은 소녀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주었다.

숲은 함께 하지 않으면 존재할 수 없다. 모든 것이 함께 존재할 때 숲은 아름다운 것이다.

 

소녀는 어쩌면 외광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움을 볼 수 있다는 행복 때문에 나무가 되지 않은 게 다행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소녀가 외광에서 아름다움을 찾는 것은 어쩌면 예술적인 행위일 수도 있다. 예술이란 본질적인 것을 선택하고 비본질적인 것을 제거하는 행위라고 생각하면 외광의 가치는 새로워 보였다.

얼마나 객관적으로 숲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을까?”

소녀가 숲을 보고 판단하는 것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자 노력했다.

 

숲에서 본질은 무엇이고 비본질적인 것은 무엇일까? 나무일까 아니면 빛일까? 외광은 나무와 빛의 사이에서 새롭게 잉태하는 또 다른 빛의 아름다움이다. 그 외광은 빛이기도 하고 때로는 어둠이기도 했다. 시작은 자연 빛에서 시작하지만 외광이 만들어지는 과정에는 무수히 많은 사물과 다양한 빛들이 필요했다.

‘COMOREBI’

 

이렇게 말하는 소녀에게 외광은 참으로 신선한 에너지를 주는 샘이다. 빛이 존재할 때 생기는 외광에서 그 외광을 더욱 빛나고 아름답게 부각시켜 주는 빛이야말로 우리들이 찾는 진정한 빛일 수 있다.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보이게 표현하는 것이 외광에서 찾은 새로운 빛일 수 있다. 이처럼 세상에는 보이지 않는 또 다른 무엇인가가 많이 존재한다.

 

눈이 나쁜 소녀가 외광을 본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하지만 소녀는 나뭇가지와 빛의 향연에서 또 다른 빛을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나무가 되고자 한 간절함일 수 있다.

나무가 되어야겠어.”

 

나무가 되어야 비로소 볼 수 있는 빛. 그것이 바로 외광을 빛나게 하는 빛일 것이다. 그래서 소녀는 태어나기 전부터 나무가 되고 싶었는지 모른다.

나무가 되고 싶어요.”

 

소녀의 이 말은 곧 우리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이 숲에 가득한 나무가 되고 싶다고 하니 보통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

라고 많은 사람들이 묻겠지만 어린 소녀는 나무보다 더 소중한 가치를 찾지 못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원본 기사 보기:모닝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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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08/16 [03:51]  최종편집: ⓒ 해피! 우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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