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많은 시인들은 왜 5월을 아름다운 사랑으로 노래하였을까? 그것은 사랑하기도 벅찰 만큼 희망과 활기가 넘쳐나는 오월만이 가진 아름다운 매력 때문일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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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양한 의미를 5월에 담아
수많은 시인들은 왜 5월을 아름다운 사랑으로 노래하였을까? 하이네는 “눈부시게 아름다운 오월에/ 모든 꽃봉오리 벌어질 때/ 나도 마음속에서/ 사랑의 꽃 피었어라”고 하였다. 그것은 사랑하기도 벅찰 만큼 희망과 활기가 넘쳐나는 오월만이 가진 아름다운 매력 때문일 것이다.
계절의 여왕 5월은 ‘가정의 달’이다. 5월 중에는 어린이 날, 어버이 날, 스승의 날, 부부의 날, 성년의 날, 근로자의 날과 석가탄신일까지 모두 들어있다. 그것은 왜일까? 그만큼 서로 사랑하고 아끼고 화합하라는 뜻으로 다양한 의미를 5월에 담은 것일 거다.
모든 사랑의 발원지는 가정이다. 가정에서 사랑하는 것을 배우고, 가정에서부터 화합의 첫걸음도 내딛게 되는 것이다. ‘가정’(家庭)이란, 부부를 중심으로 그 부모나 자녀를 포함한 집단과 그들이 살아가는 물리적 공간인 집을 포함한 생활 공동체를 통틀어 이르는 말로 집안을 가꾸는 정원인 셈이다.
즉 집안을 가꾸는 정원사들이 바로 가족이 되는 것이다. 가정을 이루는 가족들의 구성원이 있기에 사회도 국가도 세계도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게 되는 이 지구상의 가장 기초가 되는 뜨락이 곧 가정인 셈이다.
“인간은 상호관계로 묶어지는 매듭이요, 거미줄이며 그물이다. 이 인간관계만이 유일한 문제이다.”라고 셍떽쥐페리는 말했다. 사람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타자와 관계를 맺게 되며, 결코 혼자서 살아갈 수 없는 존재이다.
가족과 이웃, 사회와 더불어 국가와 국가로 맺어지는 관계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서로간의 평화로운 관계, 즉 조화와 화합을 잘 이루는 것이다. 공존(共存)하는 세상에서 행복하기 위한 필수 요건 중 하나인 화합을 잘 이루기 위하여 과연 우리는 어떻게 하여야 할까?
또한 우리는 나 자신만이 아니라 이웃과 더불어 칡넝쿨처럼 얽히고설켜 살아가고 있는 지금 평화로운 관계선상에 서 있는 것일까?
● 해답은 ‘소통(疏通)과 화합(和合)’
세상은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다. 그저 요란하고 시끄럽다. 6월 13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가장 많이 떠도는 말들이 아마도 ‘소통(疏通)과 화합(和合)’일 것이다. 여, 야를 막론하고 서로 화합하려 들지 않고 상대를 비방하는 고약한(?) 발언들과 무책임한 행동(?)들을 보여주는 일부 정치인들이 우리를 우울하게 한다.
또 그런 선거유세 장면을 바라보면서 국민들은 단호하고 냉정한 심판을 하리라고 본다. 우리 정치 역사를 되짚어 보아도 조정은 늘 당파싸움으로 시끄러웠고 대를 위한 당쟁보다는 개인의 욕심과 아집으로 편을 나누고 상대를 헐뜯었다.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식의 자기주장만 강하게 내세웠다.
그런데 현대의 정치인들 역시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다를 바 없다. 나라의 진정한 발전을 위한 정치보다 자기 실속을 차리기 위해 편 가르기로 국민들 마음을 어수선하게 헤집어 놓고 있다.
용타스님은‘ 화합(和合)’이라는 화두(話頭)를 가지고 10년 동안 명상을 한 후에야 비로소 화합의 길이 희미하게 보였다고 한다. 화합을 위한 3가지 요소를 ‘화3요(和3要)’라고 하는데, 이는 너와 나 사이에 서로 우호감이 높아야 하고, 우호감을 높이는 것으로는 ‘눈, 모습, 교류’가 있다고 정의했다.
‘눈’이라 함은 ‘보는 눈’을 바르게 하라는 말이다. 내가 상대방을 긍정적으로 예쁘게 바라볼 때 상대방도 나를 바르게 보게 되어 우호감이 생긴다는 것이다.
두 번째 ‘모습’이라 함은, ‘보이는 모습’을 바르게 한다는 것이다. 상대방의 말과 행동, 표정까지도 내가 먼저 예쁘게 보고 좋게 생각하려고 노력할 때 상대방도 나를 좋은 눈으로 바라보게 된다는 것이다.
세 번째 ‘교류’한다는 것은 ‘보는 눈’과 ‘보이는 눈’이 바르게 된 후에는 반드시 상대방과 내가 입을 통하여 말을 하고 몸으로 친해짐으로 서로가 소통이 될 때 화합도 잘 이룰 수 있다는 말이다.
즉 속뜻과 감정을 소통하면서 오해가 있다면 풀고, 불만이 있다면 해소하고 위로와 격려, 찬탄으로 긍정적인 기류를 형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화합이 잘 이뤄져야만 자연스럽게 기쁨과 함께 평화가 오고, 화합이 이뤄지지 않으면 오해와 미움, 증오심이 일어나 전쟁도 일어날 수 있다고 하였다.
다시 말하면 나와 너 사이에 화합이 잘 되려면 우호감이 높아져야하고, 우호감이 높아지려면 상대방을 예쁘게 보아야 하며, 상대방에게 예쁘게 보이려면 내가 상대방을 바라보는 눈부터 바르게 해야만 한다고 것이다. 따라서 보이는 모습 그대로 진정성 있는 소통이 이뤄져야만 하겠다.
소위 정치인들이 말하는 공동체란 무엇일까? 이는 관계맺음이다. 너와 내가 이웃과 화합하려는 노력이 있을 때 바로 건강한 공동체의 바탕을 이루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선 나 자신으로부터, 내 가정으로부터의 평화가 이웃과의 화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과일이 햇살과 바람과 비와 적당한 온도가 잘 조화된 환경 속에서 실하게 열매를 맺고 익어가듯,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순조롭게 소통을 하고 나눔과 배려로 상대방을 존중해 줄 때만이 조화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
● 하루아침에 잘 이뤄낼 수 없어
어느 날 갑자기 마음먹고 화합을 이루겠다고 각오를 해본들 하루아침에 잘 이뤄낼 수 있는 것은 절대 아니다. 미래의 화합을 위해서 어디서부터 건강한 터를 닦고 튼튼한 기둥을 세워야 할 지 다 같이 고민 해 볼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가 걸어온 길을 되짚어 생각해 보자.
화합의 원리는 가정(家庭) 안에서 생성하고 발현한다. 화합의 기초를 배우는 곳이 바로 가정이다. 집안이 화목하면 모든 일이 잘 이루어진다는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 역시 화합의 중요성을 일컫는다.
가족은 소단위 사회다. 이 최소단위 사회 안에서 매일 부딪히며 살다보면 사소한 갈등이 빈번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가족 간에는 사랑하는 마음이 앞서기 때문에 오해와 갈등이 풀리면서 자연스럽게 학습이 된다.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사랑을 배우고 자라야 학교에서도 화합을 잘 이뤄내는 원리를 자연스럽게 터득하게 된다. 그래야만 성인이 되어 복잡 다양한 사회에서 지혜롭게 갈등을 풀어갈 수 있는 것이다.
자랑이랄 것도 없지만 필자는 21년째 시댁 친목 모임을 매년 어버이날 즈음에 갖고 있다. 즉 돌아가신 시아버님이 4남매인데, 그 사남매 가족들이 결혼을 하여서 자식을 낳고 또 손주들까지 이제는 인원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이 약 100여명 남짓한 사람들이 모여서 서로 인사를 나누면서 부모님께 감사하는 자리를 만들고 있다.
매년 모이다 보니 이제는 4촌 혹은 8촌들끼리도 서먹하지 않고 즐거워한다. 지난 20여 년 동안 고인이 되신 분도 여럿 되지만 요즘처럼 핵가족으로 사촌들끼리도 서로 얼굴도 모르고 만나지 않는 시대에는 이보다 더 좋은 만남이 없다고 생각한다.
이 만남은 아마도 내가 저 세상 사람이 되었더라도 꾸준히 후손들에게도 이어간다면 참 좋겠다는 바람이다. 말로만 형제간의 우애가 중요하다고 운운하면서 자주 만나지도 못하고 심지어 애경사 때에도 계좌이체로 송금을 해 준다. 비록 1년에 한 번씩 만나게 되지만 후손들에게도 효행을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교훈이 될 것이다.
가정에서 잘 이뤄진 화합이 사회로, 사회에서 잘 조화된 화합은 나라로, 나라에서 잘 이뤄진 화합은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는 평화로운 장(場)이 될 수 있지 않을까?
■ 프로필
한예총 전문위원
국제 펜클럽회원
시집 ‘따뜻한 쉼표’ ‘종이 물고기’
hsr59@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