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체육 등의 예체능 ‘특기수업’ 늘고 있어
‘체험학습’ 부모자녀들 같이하는 시간 만들고
시대적 변화상 반영 전문가들 투입되어 설계
● 방과후 수업 지역이 달라 '차별화' 아쉬움
집안의 살림살이를 꾸려가는 안주인으로서 장바구니를 가장 무겁게 하는 것은 교육비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기본적인 학습에 보충과 심화를 더하는 학습은 선택일 수 있겠지만, 그보다 인문학적 소양을 위한 투자는 앞으로 그 아이들 앞에 펼쳐질 더 퍽퍽한 삶의 윤활제일 수 있기에 엄마로서 놓치기 싫은 부분이다.
다행히, 긍정적인 의식들이 흐름을 타고 공교육에서도 음악이나 체육 등의 예체능 특기를 지지해주는 수업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기본적인 관현악기와 사물놀이까지 접할 수 있는 방과 후 수업이 생기고, 놀이로 치부하기 쉬운 스포츠들도 안전문제를 고려하여 체계적으로 수업하는 분위기가 생겨나고 거기에 팀을 이루는 구기수업은 단체활동을 통한 협력을 이끌어내는 리더쉽과 상대에 대한 배려를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는 좋은 효과를 내고 있다.
하지만 개인적 사정으로 필자의 아이들이 초등학교 전학을 하면서 3개의 학교를 접했지만 방과 후 수업 내용은 지역이 달라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악기를 배우는 일은 최소한 알고 수련하는데 수개월에서 수년이 걸리는 일인데 어쩌면 그 악기 하나로 평생 위안을 받아야할지도 모르므로 아이가 원하는 악기를 배울 수 있게 해주고 싶었다. 그것을 내 자녀의 일상을 조절해서 학교시간에 우선적으로 맞추어도 학교에서 배울 수 있는 악기는 정해져있다.
요즘 플롯과 바이올린을 켤 줄 아는 아이들이 많은 건 방과 후 학습의 큰 성과일 지도 모른다. 우리 아이는 이웃집 아저씨가 부는 모습을 본 것을 계기로 클라리넷을 배우고 있다.
초등 저학년 때 남자 아이들은 축구를 먼저 시작하는데 반 아이들 중 시간을 맞춰서 따로 팀을 꾸린다. 물론 방과 후는 시간이 맞지 않았기 때문인데, 전 학교의 경우, 1~2학년 때는 반마다 같은 학원을 다니는 축구부가 반마다 있었고 3~4학년 때는 야구부, 5~6학년때는 농구부로 구성된다.
● 아이들에게 가족의 체온을 전달
직장맘이란 이름을 달고 아이들을 남의 손에 맡겨 길렀다. 그래서 주말만큼은 집에서 쉬기보다는 아이들과 함께 밀도 있게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한 주도 쉬지 않고 근교부터 멀리까지 손을 잡고 다녔었다.
무엇을 보여주거나 알려주기 위해서라면 어렸을 때는 아무 기억 못한다는 어른들의 만류를 깊이 새겨들었을지도 모른다. 그보다는 낯선 곳이기에 부모도 자녀들도 서로에게 의지하기 위해
꼭 붙어있는 시간을 만들고 싶었다.
캠핑장 작은 텐트 안에서 서로 부등켜안고 자는 시간이 분명 아이들에게 가족의 체온을 전달해 줄 것만 같았다.
아이들이 갈만한 곳은 10년 넘게 돌아다니면서 느낀 점이 있다. 각종 행사장과 센터들에서 만나는 체험학습이란 것에 대해 말하고 싶다.
도자기 체험이라 하면, 최소한 원재료인 반죽 흙을 만져보고 가마에 넣어 굽는다는 것을 보면 좋겠지만 대부분의 경우 다 만들어진 머그컵에 펜으로 아이가 원하는 그림을 그리는 일이다. 남녀노소 쉽게 접하고 만들면서도 자기만의 개성을 남겨야하는 요소가 가장 중요할지도 모른다.
문제는 대부분의 체험이 이런 식이라는 것이다. 물레를 돌리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도 자기체험을 시간을 내서 다 검색해본 적이 있다. 결국 한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오직 물레만 돌려보는 체험을 찾아본 적이 있다.
자동물레였는데 아이들은 강사 앞쪽에 서서 돌아가는 흙을 만져보았다. 나머지는 대기중인 엄마들이 와서 완성하고 아이이름을 판 그 컵을 받기위해서는 가마에 들어가서 굽는 값으로 상당한 값을 지불했었다. 그래도 참 만족스러웠다.
타 행사장에서 보기 힘든 특별한 체험을 만난 적이 있다. 이름하여 내방스탠드 만들기 전통행사장이라 부채를 만드는 체험텐트 옆칸이었는데, 나는 그것으로 과학을 상상했다. 최소한 건전지를 꽂고 전선을 이어 주는것을 상상했지만, 다 만들어진 부채에 그림을 그려 넣는 것처럼 다 만들어진 스탠드 갓에 자기 이름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일이었다.
이런 일이 몇 년간 반복되다보니, 우리 가족은 체험에서 점점 멀어지게 되었다 대부분의 체험을 접해보기도 했지만 두 사례를 보면서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푸념이 들었다. 맨날 똑같아 이것 말고.
● 아이들 이용한 장사치들 주수입원
한 마을에서 테마를 가지고 축제를 하는 경우, 처음엔 그 체험부스라는 것이 동네 주민센터나 문화센터에서 갈고 닦은 회원들이 자원봉사차원으로 보조금을 받고 아이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주는 것으로 시작했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저기 너무 많은 축제와 행사들이 생겨나면서 이제는 먹거리 장터와 함께 행사의 주요소로 자리 잡은 체험이라는 것이 아이들을 이용한 장사치들의 주수입원이 됐을 것이다.
체험 내용이 뭐가 됐던 캐릭터 하나만 키워주면 주객이 바뀔 정도로 성행할 수 있다.
학교의 방과 후 수업은, 학원을 다니지 못 하는 학생들이 마침 배우고 싶었던 야구를 하교 후 이동 없이 안전하게 학교에서 배울 수 있는 장이 될 수 도 있을 것이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방과 후 수업을 가르치고자 하는 이가 많아 경쟁률이 높아 강사의 질이 높다고도 한다.
그럼에도 필자가 걱정되는 것은 교육부의 재정으로 아이들을 교육하면서 정말로 아이들이 필요로 하는 부분인지 충분히 고려하며 가고 있는지 매번 확인해야한다는 점이다. 분명 다른 부분을 아껴서 방과 후 수업을 지원한다면 더 정확히 더 절실하게 쓰여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매번 해온 것들을 관습적으로 행정적 편의를 위해 반복해오는 것은 아닌지 우리 아이들이 4차산업이라는 시대적 배경에 따라갈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지금 아이들에게 제공하고 있는지 전문가들이 투입되어 설계해야할 것이다.
이제 중학생이 된 아들이 체험학습의 실체에 대해 물은 적이 있다. 그 녀석에게도 시시하고 어이없는 것들이 이름은 꽤 그럴싸하게 오랜 시간 버티고 있다.
만약 연인끼리 주체할 수 없는 시간을 보내기 위해 혹은 취학 전 아이들과 함께하는 가족들의 시간 보내기용이 아닌 체험이 꼭 필요한 시기인 초등학생을 위한 체험을 어른들이 연구했으면 하고 바래본다
■ 프로필
2012년 예술세계 등단
현 안양 샘병원 치과의사
10기 EBS 스토리기자
yeji3929@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