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의 지옥관 부질없는 속세의 욕망을 쫓아 허둥지둥 살다가 일거에 생명의 끈이 떨어지는 즉시 닿는 저승은 더 없는 고통과 고독, 적막이 가득한 전혀 새로운 세상과의 만남이다.
육신에 깃들었던 생명이 아우성치며 끊어지는 찰나부터 저승세계로 들어서는 초행길은 육신에 대한 간절함이 허공을 다 가린다. 육신의 온기가 식는 것과 정비례하여 밀려드는 공포와 찢어지는 고통이 뒤범벅되면서 서서히 영혼이 분리된다.
저승 첫 관문부터 이생에서 힘들여 쌓은 지식과 경험, 자의적인 판단력 등은 작동 불가다.
오욕칠정(五欲七情)에 흠뻑 빠져든 이승의 삶에 대한 집착의 무게만큼이나 사후세계의 문을 통과하는데 있어 그만큼 터질듯한 공포와 찢어지는 고통을 수반한다.
이에 자유자재로 움직이게 해주던 육신에서 분리되지 않으려고 처절하게 발버둥치지만 어느 누구하나 거들떠보지 않는다.
▲ 오욕칠정(五欲七情)에 흠뻑 빠져든 이승의 삶에 대한 집착의 무게만큼이나 사후세계의 문을 통과하는데 있어 그만큼 터질듯한 공포와 찢어지는 고통을 수반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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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인도사람들이 전승한 바에 의하면 세계의 중심에 수미산(須彌山)이라는 큰 산이 솟아 있고 그 주위를 큰 바다가 둘러싸고 있는데, 그곳에 동서남북 네 곳에 동승신주(東勝身洲), 서우화주( 西牛貨洲), 남섬부주(南贍部洲), 북구로주(北俱盧洲)의 네 대륙이 있었다고 한다.
이중 남섬부주의 땅 밑에 지옥이 있다고 믿어왔다.
초기 불교시대에 성립된 경전들 중의 하나인 ‘장아함경’(長阿含經)에는 지옥을 다음과 같이 묘사하고 있다. “세상에 네 개의 천하가 있는데, 이 네 개의 천하를 다시 여덟 개의 천하가 둘러쌌고, 다시 큰 금강산(金剛山, 일명 철위산 鐵圍山)이 큰 바닷물을 둘러싸고 있다.
금강산밖에는 다시 제2의 금강산이 있는데, 산의 중간은 어둡고 아득하여 해와 달 그리고 신천(神天)의 큰 위력도 그곳에 광명을 비추일 수 없다. 거기에 바로 팔대지옥(八大地獄)이 있다.
5세기경에 나온 인도의 불교론서인 ‘구사론’(俱舍論)에는 극악한 죄를 저지른 자들이 고통을 받는 곳이라고 묘사되어 있다. 근본 지옥으로서 8열(八熱)과 8한(八寒) 지옥이 있다. 그 외에 산간·광야·나무 밑·공중에는 고독지옥(孤獨地獄)이 있다.
8열지옥에서 가장 고통받는 곳을 ‘무간지옥’(無間地獄)이라고 하며 그 위로 일곱 개의 지옥이 있다.
8열 지옥 각각의 지옥마다 네 개의 문이 있고, 한 개의 문에는 다시 당외(唐畏), 시분(屍糞), 본인(鋒刃), 열하(熱河) 네 개의 부지옥(副地獄)이 있다. 부지옥은 소지옥(小地獄)이라고도 한다.
그러므로 한 개의 지옥마다 열 여섯 개의 부지옥이 있으므로 도합 128개의 부지옥이 있으며, 팔한지옥(八寒地獄)과 합쳐 총 134개의 지옥이 있는 것이다.
먼저, 4개의 부지옥은 다음과 같다.
‘당외부지옥(唐畏副地獄)'은 뜨거운 숯과 재 속을 걷는다.
‘시분부지옥(屍糞副地獄)'은 시체와 똥의 수렁에 빠지며, 구더기가 골수를 파고들어 빤다.
‘봉인부지옥(鋒刃副地獄)'은 칼날이 무성한 길을 걸으면서 온몸이 갈갈이 찢기 운다.
‘열하부지옥(熱河副地獄)'은 펄펄 끓는 탕 속에 던져진다
▲ 5세기경에 나온 인도의 불교론서인 ‘구사론’(俱舍論)에는 극악한 죄를 저지른 자들이 고통을 받는 곳이라고 묘사되어 있다. 근본 지옥으로서 8열(八熱)과 8한(八寒) 지옥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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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지옥의 가장 핵심인 팔열지옥(八熱地獄)이다.
● 등활지옥(等活地獄 samjiva), 살생을 많이 하면 이곳에 떨어지는데, 살생한 횟수를 상중하로 나뉘어 그에 따른 괴로움을 받게 된다. 똥오줌에 빠진 자는 냄새 때문에 괴로워하며, 그 속에 우글거리는 벌레가 온 몸을 파먹는다.
또한 칼날로 이루어진 무성한 숲을 지나면서 온 몸의 살점이 파헤쳐지고 베어지게 된다. 이윽고 온 몸의 살이 다 망가지면 찬바람이 불어와서 살과 피부가 붙어서 되살아나고, 다시 이러한 고통이 끝없이 반복된다.
● 흑승지옥(黑繩地獄 kalasutra), 만약 사악(邪惡)한 의견을 설법하거나, 자살하려는 사람을 돌보지 않은 자는 이곳에 떨어진다.
타오르는 불꽃 속에서 온몸을 뜨거운 검은 새끼줄로 묶이고, 험상궂은 한 언덕에서 날카로운 칼날이 풀처럼 무성히 솟아 있는 뜨거운 땅으로 떨어져 온몸이 갈기갈기 찢기 운다. 이곳의 고통은 등활지옥보다 열 배나 더 지독하다
● 중합지옥(衆合地獄 samghata), 사람을 죽이거나, 도둑질을 했거나, 사악한 음행(淫行)을 저지른 자는 이곳에 떨어진다. 이곳에는 불에 벌겋게 달구어진 도가니에서 끝없는 고통을 받는다. 또한 도가니에는 구리가 녹은 물이 벌겋게 흐르는데, 이곳을 한량없이 떠돌아 다녀야 한다
● 호규지옥(號叫地獄 raurava), 이 지옥 역시 중합지옥과 마찬가지로 사람을 죽이거나, 도둑질을 했거나, 사악한 음행(淫行)을 저지르거나 술독에 빠져 나쁜 짓을 한 자가 떨어지는 지옥이다.
철퇴로 입을 찢기운 다음, 펄펄 끓어 불타는 구리물을 마시우고, 쇠솥에 거꾸로 매달려 이글이글 끓는 불로 찌는 등 극한의 고통에 몸부림친다. 이 참기 힘든 괴로움에 모두가 울부짖기에 호규지옥 또는 규환(叫喚)지옥이라 한다
● 대규지옥(大叫地獄 maharaurava), 사람을 죽이거나, 도둑질을 했거나, 사악한 음행(淫行)을 저지르거나 술을 많이 먹고 나쁜 짓을 하거나 거짓말을 하고도 아무렇지도 않는 등 오계(五戒)를 어긴 자는 이곳에 배정을 받아 온다.
죄인의 혀를 길게 잡아 빼어 입으로 다시 집어넣을 수 없도록 한 다음에 그 혓바닥에다가 펄펄 끓는 구리 쇳물을 붓거나 철퇴로 짓이긴다.
이곳에서 받는 고통은 너무 가혹하여 호규지옥의 열 배에 이르므로 아무도 참을 수 없어 너도나도 살려달라고 크게 울부짖기 때문에 대규환지옥(大叫喚地獄)이라고도 한다.
▲ 차마 눈뜨고 보지 못할 참상인 아비규환(阿鼻叫喚)이라고 하는 말은 아비지옥과 규환지옥을 아울러 이르는데서 유래된다. 아비(阿鼻)’는 전혀 구제받을 수 없으며, 규환(叫喚)은 고통에 울부짖는다는 뜻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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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염열지옥(炎熱地獄 tapana), 살생(殺生), 남의 물건을 훔치는 투도(偸盜), 음행(淫行), 음주(飮酒), 망어(妄語)의 죄를 저지른 자가 이 지옥에 오게 된다.
옥졸이 죄인을 끌어다 쇠로 만든 성에 가두고 나서, 그 성에 불을 질러 쇠가 벌겋게 달구어지면, 그 뜨겁고 쓰라린 불길로 죄인을 태우고 구워 가죽과 살이 익어 터지게 한다.
또 불에 달군 철판 위에 죄인을 눕혀놓고 벌겋게 단 쇠몽둥이로 치고, 불타는 꼬챙이로 쑤시고 지진다. 그러나 죽이지는 않으면서 이러한 고통을 수없이 반복한다. 초열지옥(焦熱地獄)이라고도 한다.
● 대열지옥(大熱地獄 pratapana), 살생(殺生), 투도(偸盜), 음행(淫行), 음주(飮酒), 망어(妄語), 사견(邪見)으로 남을 속인 죄를 거듭해서 짖고 착한 사람을 더럽힌 자가 오는 지옥이다. 지옥의 한가운데에 큰 불구덩이가 있어 불길이 맹렬하게 타오르고 있는데, 그 양쪽에는 뜨거운 용암이 흐르는 커다란 화산이 있다.
옥졸이 죄인을 잡아다 쇠꼬챙이에 꿰어 불구덩이의 사나운 불길 속으로 넣어 집어넣으면, 죄인의 몸에 용암이 흘러들어 온몸이 불타서 재가 되어 없어진다. 그리고 죄인을 다시 살려내어 이러한 몸서리치는 끔직한 고통을 계속 반복한다. 소적지옥(燒炙地獄) 또는 극열지옥(極熱地獄)이라고도 한다
● 무간지옥(無間地獄 avici), 무간지옥은 팔대지옥 가운데에서도 그 규모가 가장 크다. 겪는 고통 또한 가장 심하여 지옥 가운데 지옥이다. 이 곳에는 필바라침(必波羅鍼)이라고 하는 악풍(惡風)이 있는데 온몸을 건조시키고 피를 말려 버린다.
또한 살가죽을 벗겨서 불꽃과 쇳물에 넣어 온몸을 불태우고 쇠로 만든 매(鷹)가 날아와서 눈알을 파먹는 등의 인간 세상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처절한 고통이 쉴 사이 없이 자행된다.
무간지옥의 고통은 다른 지옥보다 열 배나 더하다. 무간지옥을 무간나락(無間奈落) 또는 아비지옥(阿鼻地獄)이라고도 한다.
차마 눈뜨고 보지 못할 참상인 아비규환(阿鼻叫喚)이라고 하는 말은 아비지옥과 규환지옥을 아울러 이르는데서 유래된다. ‘아비’(阿鼻)’는 전혀 구제받을 수 없으며, ‘규환’(叫喚)은 고통에 울부짖는다는 뜻이다.
▲ 부질없는 속세의 욕망을 쫓아 허둥지둥 살다가 일거에 생명의 끈이 떨어지는 즉시 닿는 저승은 더 없는 고통과 고독, 적막이 가득한 전혀 새로운 세상과의 만남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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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팔한지옥(八寒地獄)은 팔열지옥과는 달리 끝없는 추위와 배고픔에 시달리는 지옥을 말한다.
알부타(arbuda), 추워서 천연두가 생기고 몸이 붓는다.
니라부타(nirabuda), 부스럼이 생기고 온몸이 부어서 터지는 문둥병이 생긴다.
알찰타(atata), 추워서 소리를 낼 수가 없어 혀끝만 움직인다.
확확파(hahava), 입을 움직이지 못해 목구멍에서 괴상한 소리가 난다.
호호파(huhuva), 입술 끝만 움직이며 신음을 낸다.
올발라(utpala), 추위 때문에 온몸이 푸른색으로 변한다.
발특마(padma), 추위 때문에 온몸이 붉게 물든다.
마하발특마(mahapadma), 발특마보다 더욱 춥고 온몸이 더욱 붉게 물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