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 받은 문인 이데올로기 시각에서
편향적인 관점의 수용은 ‘매우 위험한 발상’
소설은 진실의 실체를 ‘다른 시각에서 조망’
몰래 숨어든 가을 하늘이 유난히 파랗다. 뭉게구름 아래 단풍이 아름답게 물들고 있다. 서울의 거리에는 사람들의 웃음소리 가득하고 카페에는 따뜻한 커피 향이 퍼져 나간다. 시월의 어느 멋진 날에 한국인 최초 노벨문학상이란 낭보가 날아왔다.
한강 작가의 개인적 영광이기도 하지만, 대한민국의 기쁨이자 축복이다. 이런 날은 한강(漢江) 공원으로 뛰쳐나가 마음껏 소리치고 달리고 싶다. 또 한 번 한강(韓江)의 기적이다. 한강 르네상스가 어떤 파급 효과를 가져올지 기대된다.
익히 「노벨문학상」은 연륜이 있는 분이 받거나 굵직한 거대 담론을 생각했는데 오산이었다. 4차 산업 시대에 걸맞게 양보다 질을 선택했으니, 역사의 변곡점으로 세대교체가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다. 지구 한편에서는 전쟁으로 대량 학살이 이어지는 세상이다.
『소년이 온다』라는 소설은 역사성과 지역성이 두드러진 잔혹한 현대사를 그린, 탈근대적 후기 근대적 글쓰기의 전형이다. 국제 정세에 발맞춰 시의적절한 주제도 한몫했다. 우리 문예가(文藝家)가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거다. 대한민국 문학사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고, 한국 문학을 세계의 중심으로 단번에 밀어 올렸다.
바야흐로 한강 작가가 재채기만 해도 미디어의 영향을 받는다. 한강이 좋아한다는 이유로 고 김광석의 ‘나의 노래’를 찾아 듣고, 그녀가 눈물 흘렸다고 해서 악동뮤지션의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 거지’가 일간 차트에서 역주행하고 있다.
『채식주의자』에서 주인공 ‘영혜’는 꼭 한강 자신을 떠올리게 한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키, 길지도 짧지도 않은 단발머리, 각질이 일어난 노르스름한 피부, 개성 있어 보이는 것을 두려워하는 듯한 무채색 옷차림’ 등등이다. 완전 본인의 인상착의다.
그녀의 꾹꾹 눌러 담는듯한 가녀리고 겸손한 말솜씨도 신선한 호기심을 부른다. 그 여리디여린 속에 얼마나 농축된 어휘들이 스멀거릴지 감히 짐작을 못 한다. 수상 뒤 그녀의 책이 100만 부 이상 판매 돌파를 하고 있다.
우리네 풍습을 보면, 잔칫날 술주정하는 사람 꼭 있었다. 한국인 최초 노벨상인데 헐뜯고 폄훼하지는 말아야 한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시대의 문인을 이데올로기적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역사 왜곡은 의도적으로 역사적 사실을 잘못 전달하거나 정치적이나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 왜곡하는 걸 의미한다. 물론 대중의 인식이 잘못된 방향으로 갈 수 있으며, 사회적 정치적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 그렇다고 이 좋은 잔치에 딴지를 건다면, 어처구니가 없어 맷돌이 들썩일 거다.
소설은 진실을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게 하는 예술적 작업이다. 현실을 기반으로 하더라도 허구적 요소가 주를 이루며 작가의 상상력과 창의성이 반영된 작품이다.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하더라도 이를 다양한 각도로 해석하고 재구성할 수 있다.
한강 작가는 이미 2016년에 『채식주의』로 세계 3대 부커상과 2023년에 『작별하지 않는다』로 프랑스 4대 문학상인 메디치 상 수상하여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지금 한국어를 세계에서 널리 쓰이는 공용어로 만들기 위한 모임이 출범했다. 현재 UN을 비롯한 국제기구에서는 영어, 프랑스어, 중국어, 스페인어, 러시아어, 아랍어로 6개 언어만 공용어로 사용하고 있다.
한류 열풍에다 노벨문학상을 보태어 한국어의 기세가 드높은 가운데 세계적으로 많은 학자로부터 한글의 우수성을 인정받는 상황이다. 유엔 총회와 유네스코 위원회에 국제 공용어 채택을 청원하여 유엔 공식 언어에 한글사용이 가능한 날도 기대해 본다.
우리는 이 엄청나고 놀라운 2024년 노벨문학상을 모두 자축해야 한다. 대한민국 만세다. 우리 문학계의 쾌거다. 차제(此際)에 범국민적 독서 열풍을 기대한다.
■ 소봉(卲峰) 이숙진 프로필
- 국제펜 한국본부회원, 한국문인협회회원
- ‘실버넷뉴스 기자‧글마루회장’ 역임
- 공무원연금수필문학상 수상
- 동작문인회. 중앙대문인회
- <수필집> 가난한 날의 초상, 해바라기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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