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대표 취임 1주년 ‘단식 선언’
지난 8월 31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무능폭력정권에 국민항쟁을 시작하겠다”며, 국회 앞에서 무기한 단식에 돌입하였다. 대한민국과 국민의 삶이 이렇게 무너진 데는 자신의 책임이 가장 크다면서 “퇴행적 집권과 정권의 무능과 폭주를 막지 못했다. 그 책임을 조금이나마 져야 한다고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9월 1일 국회 본청 앞 단식투쟁 천막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 고통과 절망에 공감하고 함께하는 유일한 방법이라 생각해서 시작하게 됐다”고 단식을 택한 배경을 재차 설명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지난 9월 2일 광주시의회에서 열린 ‘현 정치 폭풍의 언덕에서 추미애가 말하다’ 간담회 중 “윤석열 정부는 이 대표의 단식을 놓고 ‘사법 리스크’ 회피용이라고 조롱하고 사람들의 관심을 돌리려고 하지만, 우리가 자꾸 관심을 갖고 이재명 잘했다, ‘우리도 함께하자’고 외쳐줘야 한다”며 이재명 대표의 단식 옹호론에 힘을 실었다.
그로나 현재 편향된 언론과 여당은 계속해서 이재명 대표의 단식 투쟁을 어떻게든 폄훼, 평가절하하려 무진 애를 쓰고 있다. 일단 언론은 “당 내홍에 지지율 하락까지 겹치고, 일각에서 대표직 사퇴론이 불거지는 등 수세에 몰린 가운데, 단식이란 초강수를 꺼내들었다는 평가도 나온다”는 논조로 연신 보도하고 있다.
이와 함께 국민의 힘 김기현 대표는 이재명 대표 단식은 민생 발목잡기라고 날을 세웠다. “국민들의 삶을 돌봐야 되는 정기국회 개회를 앞두고 웬 뜬금포 단식인지 모르겠습니다. 당 대표가 제1야당, 그것도 거대 야당을 이끌고 있으면서 직무를 유기하겠다는 것에 다름 아닙니다.”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도 “이재명 대표의 단식 카드는 오직 자신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며 대표직에서 물러나라”고 맹비난했다.
이재명 대표의 단식이 정파에 매몰된 전략적 판단에 따른 고육지책인지? 오로지 국민들에게 관통하는 승부수인가? 는 시간적 인내심을 갖고 지켜보아야만 순리적 민심을 정밀히 평가하는 지렛대가 될 것이다.
● 단식투쟁 ‘민주화 고비마다 분수령’
단식투쟁(斷食鬪爭, Hunger Strike)은 단식으로 하는 시위를 말한다. 보통은 물은 마시되 다른 음식은 일절 입에 대지 않고 특정한 사안에 대해 시위하는 것을 말한다. 물을 마시면서 약간의 소금을 섭취한다. 나트륨을 섭취하지 않으면 인간의 신체는 며칠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비폭력 투쟁’의 상징인 단식은 본래 부당한 권력에 구금된 수감자들이 주로 행한 투쟁방식이다. 대표적 사례로 인도 건국의 아버지 마하트마 간디는 75세의 나이로 옥중에서 3주간이나 단식을 한 바 있다.
한국 현대 정치사를 관통하는 거물급 정치인들도 중대 고비 때, 단식으로 결정적 승부수를 던졌다. 야당 신민당 대표 시절인 1983년 정치풍토 쇄신을 위한 특별조치법에 따라 가택연금 중이던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은 학생·종교인·지식인의 석방과 복학·복직, 언론 통폐합 백지화 등을 요구했다. 23일간 단식 투쟁을 벌여 가택연금에서 풀렸다. YS는 “앉아서 죽기보다 서서 싸우다 죽기 위해 중단한다”며, 단식을 마쳤다.
YS의 처절한 단식은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동교동계와 YS의 상도동계가 굳건한 결속의 계기가 됐다. 이들은 1984년 민주화추진협의회(민추협)를 결성하고 이를 토대로 신한민주당을 창당, 1985년 총선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고(故) 김대중(DJ) 전 대통령도 평민당 총재 시절인 1990년 10월 지방자치제 전면 실시와 정당 추천제, 내각제에 반대하며 13일간 단식 농성을 벌였다. 현 지방자치제는 DJ가 최후의 목숨을 건 단식으로 국민에게 호소해 쟁취한 것이다. DJ의 요구는 1991년 지방의회 선거로 일부 실현됐고, 1995년에는 자치단체장 선거가 실시돼 그 뜻을 이루게 됐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이던 2014년 8월, 광화문 광장에서 열흘간 단식했다. 당시 세월호 참사 유가족 ‘유민아빠’ 김영오씨가 세월호 특별법 처리를 촉구하며 단식하자 동참한 것이었다. 7년 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성남시장 재임 시절인 2016년 7월 7일부터 열흘간 정부의 지방재정 개편안에 반대하며 서울 광화문 앞에서 단식한바 있다.
2018년 12월에는 당시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 정의당 이정미 대표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촉구하며 단식 농성에 돌입했다. 이들은 여야 5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구체적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합의하자 9일 만에 단식을 풀었다. 이처럼 정치인의 단식은 정치적 목적을 관철하기 위한 최후의 보루이자 최선의 수단이었다.
● 산적한 현안 ‘여야 합치해야’
현재 여야 정국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와 잼버리 대회 파행, 서울-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 의혹, 홍범도 장군 흉상 논란 등 각종 현안을 두고 정부·여당과 야당 간 치열한 공방과 대립이 속개되고 있다. 최근에는 호우 피해 실종자 수색 중 숨진 채아무개 상병 사건을 수사하다 항명 혐의로 입건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에 대한 구속영장의 기각을 놓고 진실 실체 규명에 사활을 걸고 있는 형국이다.
이런 명운을 가르는 중차대 시점에서 ‘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과 관련 지난 9월 4일 예정됐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검찰 소환조사가 무산됐다. “검찰은 국회 일정이 없는 날짜를 택해 사전에 충분한 기간을 두고 출석을 요청했으나, 2회 연속 불출석한 결과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이 대표의 단식으로 피의자 조사에 지장이 초래되고 있다. 현재 진행되는 수사와 재판 및 국회 일정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향후 형사사법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며, 출석과 조사에 관한 절차에 응해줄 것”을 재차 촉구했다.
그간 이재명 대표는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해 당내에서는 체포동의안을 통과시키는 것에 힘이 실려 왔다. 그러나 이 대표가 돌입한 ‘무기한 단식’으로 민주당 내에 지지층이 결집하면서 체포동의안이 현실적으로 부결될 가능성이 점증하고 있다.
“당 대표가 체포동의안을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것과 별도로 민주당이 현 검찰 독재에 맞서 싸우는 방식이 적법하다면 의원들의 고유한 책무인 불체포특권을 행사하여 가결 가능성을 원천 차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야당이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키든 가결시키든, 민주당 당내 내홍은 차치하고서라도 집권 여당인 국민의 힘 ‘속내’는 매우 간단치 않을 것이 너무 자명하다. 가결된다 하다라도 법원의 최종적 판단이라는 관문을 거쳐야 한다. 법원의 향배가 예측불허의 국면에서 구속이라는 긍정적 낙관론을 펼치기에는 국민 여론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종적으로는 2024 총선이라는 운명을 가로지르는 거대한 산이 여야를 복잡 셈법으로 이끌 것이다. 현재 정부견제론이 지속적으로 우세한 국면에서 집권 3년차 윤석열 행정부가 레임덕에 빠지는 자충수가 될 가능성에 여당은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 총선에 이어 대선 승리가능성을 장담할 수 없는 ‘정치적 생존’ 자체가 불투명한 국면에서, 차기 대선의 유력한 주자인 정적 제거에만 골몰한다면, 이는 명분도 실리도 포기하는 교각살우에 다름 아니다.
원본 기사 보기:
모닝선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