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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2024.06.21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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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나무 귀틀벽엔 허재비 검불 자락”
(POET VIEW) 林 森 - 고향 아리랑
 
림삼 시인
 

 

 

 

 

고향 아리랑 

 

 

 

 

▲  pixabay.com
 

조상님들 살으시던 시골집을 찾아 가세

나 어릴 적 자란 그곳 내 고향 아라리요

 

광솔옹이 나무기름 지글 바글 불씨놓아

모진연기 굴뚝인 양 부뚜막 턱 쪼그리고

 

아궁이 삭정이 태워 따끈허니 덥힌 구들

연자매 너와지붕 외딴 구비 막다른 목

 

통나무 귀틀벽엔 허재비 검불 자락

툇마루 봉당 딛고 서까래틀 올려보면

 

추녀 끝에 매어달린 관운장 고드름 창

이끼낀 돌담 휘돌아 사립문밖 바람소리

 

살구나무 고사목엔 포근한 찰흙 내음

붉고 푸른 헝겁 조각 나부끼는 성황당

 

대잡이도 신이 올라 천기누설 선녀보살

세월따라 익어가는 살풀이가 구성지네

 

행랑채 이웃집에 밤마실 가신 울오매

달그림자 스물대는 삼경녘 치마폭엔

 

온 밤껏 식어빠져 살얼음 끼었건만

헛 젯밥 나물 산적 야밤중에 요깃거리

 

맵고 쓴 겨울 내내 불끈 솟는 해돋이

아침 마름 논뚝 따라 이랑마다 쥐불 놓고

 

흐르는 땀 이마 훔친 신토불이 농자대본

배달 혼 큰 숨 쉬는 대통밥 조반 참

 

무릉계곡 천상 산하 독오른 흑두루미

외발로 곧추 서서 이리 기웃 저리 기웃

 

송사리떼 좇는 가에 초립동이 호호 불며

손피리로 재주 풀이 섬강자락 물살 따라

 

구성지게 뽑는 가락 아리랑 아라리요

내 고향 아리랑 아리쓰리 쓰라리요

 

찾아가세 찾아가세 고향집을 찾아가세

한평생 지친 이 몸 편히 뉘일 고향 가세

 

    

詩作 note 

림삼 제6시집 인생 복사기에 실려있는 30년 쯤 된 풍류시. 정식으로 이런 이름으로 시를 분류하는 이들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아무튼 필자가 작심하고 억지로 그리 제목을 하나 만들어 붙였다. ‘풍류시라고 말이다.

 

당시에 모 기업체의 워크샵에서 마지막날 밤에 단합대회로 캠프파이어를 할 계획인데 모닥불을 돌며 함께 즐길 참이라면서, 우리 가락 장단에 걸맞는 흥겨운 떼창용 시구절을 지어달라는 요청이 있어 고심끝에 건네주곤 함께 행사에 참석해서, 사원들이 윤창식으로 소리높여 시구를 주고 받으며 즐겁게 겨울밤을 달구는 정경을 그윽히 바라봤던 옛기억이 슬그머니 되지펴진다.

 

허기사 이 무더운 여름에 생뚱맞게 겨울이야기에 몰입할 이유는 없다. 그냥 구구절절 사연도 많고 예기치 않은 자연재해와 대형 사건 사고가 워낙 많이 발생해서 유난히 사람들의 가슴을 시리게 만드는 올 여름인지라, 괜시리 따스한 불가가 생각나고 포근한 고향의 품이 그리워진다고나 할까.

 

한도 끝도 없이 모질고 극성스러웠던 올 해의 장마나 온 세상을 열화로 뒤덮는 이 뜨거운 기상 이변의 불가마 속에서도, 언제나 우리를 안온하고 평안한 가슴으로 감싸주는 고향 산천이 변함없이 그 자리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는 믿음과 설렘이 있기에 그나마 버거운 날들이지만 견뎌내고 있는 것도 같다.

 

필자의 어린 시절을 펼처보면 그야말로 척박하지만 더없이 훈훈한 강원도 시골에서 펼쳐진 파노라마다. 당시에는 혹여 장마철에 강이 범람하게 되면 학교도 갈 수 없었는데, 시오리길 산길을 끼고 돌아 나갈 때는 나란히 줄지어서 동네형들의 뒤통수를 바라보며 보폭 맞추느라 종종걸음치면서 뭐가 그리도 신나고 흥겨웠던지, 늘상 또래끼리 어울려 낄낄대면서 목청 높였던 추억이 생생하다.

 

땅거미 지는 해거름녘이면 멀리로 보이는 굴뚝마다 밥짓는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올라 마치 한 폭의 그림같았던 고향 마을, 궂은비 내리는 날이면 철푸덕 마루에 앉아 추녀 끝에 떨어지는 빗방울을 바라보며 언제나 비가 그치고 밖으로 뛰쳐나갈 수 있으려나 하면서 울적해 하던 기억마저 하나같이 싱그럽다.

 

나이 들어 이제는 황혼길에 접어들었는데도 고향의 어릴 적 기억만 떠올리면 슬며시 얼굴에 웃음이 지어지며 동심으로 돌아가게 되는 건 아마도 필자만의 독특한 회상은 아닐 것이다. 누구든 고향의 너른 품이 아련한 그리움과 더불어 함께 하는 사람이라면 비록 현실이 고달프고 거친 풍파 속이라 해도 너끈히 헤쳐나갈 근본적인 힘을 품고 있는 셈이다.

 

고향은 바로 그런 거다. 어떤 공간적인 제약도 시간적인 제한도 없는 영원한 안식처이며 보금자리, 바로 우리의 시작이며 끝인 것이다. 그렇게 우리의 전부가 고향과 맞닿아 있다. 어쩌면 그래서 가끔은 일부러 고향을 추억하며 향수병에 스스로 빠져보는 것도 고단한 일상을 살아내는 한 방편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되돌아갈 수도 되돌릴 수도 없지만 살며시 눈 감고 고향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하루의 피로가 풀리고 새 힘을 솟게 만드는 원동력이 될 거라고 여긴다. 그러면 되는 것 아닌가. 그리고서 또 하루를 열심히 살면...

 

무엇보다도 힘들고 괴로울 때마다 우리는 고향의 의미와 더불어 우리가 늘 함께 하고 있는 사람들을 기억해야 한다. 어차피 모든 사람들은 혼자만의 여행을 하고 있으며 결국은 혼자 마감해야 하는 외로운 숙명을 지니고 살아가지만, 그래도 살아있는 동안은 언제 어디서나 함께 하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우리에게서 함께라는 요소를 빼버린 행복이란 상상할 수가 없는 것이다.

 

우리는 항상 함께 대화하려고 하며, 함께 고민하려고 하며, 함께 기뻐하려고 한다. 함께 즐거워하고, 함께 기도하며, 함께 희망을 가지도록 노력한다. 함께를 잃어버린 나만의 행복과 성장이란 도무지 존재하지 않는다. 조물주가 남자와 여자를 지으신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함께 슬픔을 느끼고, 함께 행복을 느끼고, 함께 고마움을 느끼도록 오늘도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을 생각한다. 오늘도 함께 기뻐할 사람을 찾는다. 오늘도 함께 성공하고픈 사람을 만나고 싶다.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하지만 인연이 이어지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사실 산다는 것은 누군가와의 만남의 연속이다.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서는 이미 그 전에 우리가 모르는 대단한 인연이 준비되어 있어야만 한다. 따라서 만남이란 명제에 우연이란 만남은 결코 없다. 그 때문에 단 한 번의 만남이라도 큰 의미를 지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만남 못지 않게 소중한 것은 만남의 끝 매듭을 어떻게 짓느냐는 것이다. 우리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상처받고 소외되는, 사람 사이의 섬을 만들지 말아야겠다는 소망을 품고 살아간다. 바로 함께 하고픈 본능의 발로다. 이것은 부디 혼자가 아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사람이 다른 동물과 달라 사회성과 인격을 소유하고 있는 이유가 어울리고 화합하는 힘을 발휘하기 위해서라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세월이 빠르다는 것은 누구나 느끼고 있는 사실이다. 단지 체감의 정도가 각각 다를 뿐이다. 그런데 나이를 먹으면 그 사실이 더욱 확연해진다는 공통분모가 존재한다. 지금도 우리는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언제라도 쉽게 돌아올 듯이 가볍게 가고 있다. 한참 시간이 흐른 뒤에야 , 그때 그 사람 얘기를 듣는 것이 아닌데.’ 하면서 후회도 하게 된다.

 

그때 비로소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에 큰 상실감과 견딜 수 없는 불행을 느낀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행보는 한 걸음 한 걸음 신중해야 한다. 인생길은 다시 되돌아올 수 없는 일방통행로다. 그러므로 섣부른 결정이나 신중하지 못한 선택은 인생의 실패를 불러올 수도 있다는 걸 꼭 명심해야 한다.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때는 잠시 모든 것을 멈추고 자기의 가슴이 하는 소리를 들어보자.

 

혼자 조용히 공원을 걷거나, 근교로 잠시 여행을 다녀오거나, 믿을 수 있는 친한 친구를 만나 말로 쭉 풀어놓거나 해보자. 시간이 조금 난다면 지체하지 말고 바로 고향을 한 번 다녀온다거나 하는 건 최상의 선택이라 할 수 있다. 내 가슴은 내 머리보다 훨씬 더 지혜로워 이미 답을 알고 있다. 가슴이 이끄는대로 행동이 뒤따르는 현명한 판단이라면 그건 어리석은 지혜의 아집을 미연에 방지하는 묘약이 될 수도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 자신만은 완벽한 것처럼 말들을 하고 행동을 한다. 자신들은 잘못된 것이 전혀 없기에 남들의 잘못만 드러내고 싶어 한다. 또는 남들의 잘못된 일에는 험담을 일삼고 자신의 잘못은 숨기려 한다. 그러면서 남의 아픔을 즐거워 하며 나의 아픔은 알아주는 이가 없어 서글퍼 하기도 한다.

 

남의 잘못을 들추어내며 허물을 탓하고 험담을 입에 담는다면, 오히려 남들이 돌아서면 자신의 허물과 험담이 더욱 더 부풀려져 입에 오른다는 것을 절대로 잊지 말아야 하겠다. 조금 부족한 듯이 마음을 비우고, 조금 더 덜 채워지는 넉넉한 마음으로, 조금 물러서는 여유로움으로, 조금 무거워지는 입의 흐름으로, 간직할 수 있는 넓은 마음의 부드러움을 느끼며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힘들겠지만 어쩌겠어요? 힘을 내야지요. 지금은 힘들지만 나중에 좋은 일이 생길 겁니다. 이럴 때일수록 마음을 강하게 먹어야 해요.” 이런 말들이 다 옳은 말이긴 하다. 그런데도 정작 힘들어하는 사람에겐 그다지 귀에 들어오지 않는 말들이다. 큰 위로가 되지 않는다는 거다. 그 사람에게 지금 필요한 건 함께 울어줄 수 있는 마음이고, 그 마음을 알아주는 따뜻한 한 마디다.

 

그 한 마디는 특별한 것도 아니요, 별 다른 것도 아니다. 바로 이 한 마디다.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니?” 힘을 내라는 말은 너무나 흔하고 식상하다. 지금 그 사람에게 필요한 건 힘을 주는 말이 아니라 그의 마음을 읽어주고 하나가 되어주는 것이다. 그게 함께 하는 것이다. 그리고 나 혼자 버거워 껴안을 수조차 없는 삶이라면 적당히 부대끼며 말 없이 사는 게 방편이다.

 

그냥 그렇게 흘러가듯이 사는 거다. 인생이 특별히 다르다고 생각하지 말자.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모두가 똑같다면 어떻게 살겠는가? 뭔지 모르게 조금은 다를 거라고 생각하면서 사는 거다. 단지 막연한 기대감을 가지고 사는 게 또 우리네 인생이다. 숨가쁘게 오르막길 오르다 보면 내리막길도 나오고, 어제 죽을 듯이 힘들어 아팠다가도 오늘은 그런대로 살 만해서 어제의 일은 잊어버리며 사는 게 우리네 인생이 아니겠는가? 그래, 그렇게 사는 거다. 누군가의 위로를 받고 싶어지면 마음 속에 가두어둔 말 거짓 없이 표현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거다. 내일은 또 다른 하루의 시작일 뿐이다. 고향 생각이 간절한 또 하루 말이다.

 


원본 기사 보기:모닝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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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3/08/01 [19:38]  최종편집: ⓒ 해피! 우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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